봄이라는데.....
말이 봄이지 어제까지는 정말 추웠단다
넣어 두었던 겨울 옷을 다시 꺼내 입었으니.
여긴 봄이 초사흗날부터 시작되는개비여
오늘은 여북 따뜻했거등
점심 준비를 해놓고 나이롱 소쿠리 옆에 끼고 쑥캐러 간다
철둑 비얄 덤불 아래 쑥이 뽀얗다.
한 소쿠리 어지가히 캐고 있으니 굴다리로 고스방 차가 빠져 올라온다
쑥소쿠리 우두바쥐고는 바로 집으로 간다
등때기에 따순 햇살이 몸을 데워 나는 언덕을 올라가며 좀 헉헉거린다.
아침 밥상에서 어머님은 두부찌개를 떠 드리니 숟갈로 찍어 드시고는 휙 밀어낸다
고스방이 왜 드시지요..하고 권하니
"맛이 씨워"하신다.
나는 고만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나도 고만 식은밥 한 덩이 물에 말아서 짠지쪽과 같이 먹고는 밥상을 치운다.
속에서 뭐가 얹힌것처럼 거북하다.
한 동안 위장약 먹구서는 그런 증상이 없더니 또 시작이다.
떡 한 쪼가리 주워 먹으면 죙일 신물이 올라와 명치가 따급다.
내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헹구고 있으니 어머님이 부엌에 들어오셔서 북어국을 끓이신다.
내가 끓여 드린다해도 됐다믄서 당신이 직접 끓여서는 헉헉 거리시며 밥을 말아 드신다.
곁눈으로 보고 있는 나도 불편하고 속이 뒤집어진다.
햇살에 깨끗하게 헹군 빨래를 널면서 잠이 기분이 나아졌다. 장독간에 앉아서 나부끼는 빨래를
하염없이 쳐다본다.
뒷담 아래 골담초도 새 잎을 작설처럼 내 놓는다.
아무리 잘라내도 또 올라오는 골담초. 그래서 그만 놓아둔다. 가만히 둘러보니 으름 덩굴에도 새순이 나오고 절꽃도 파랗게 이파리가 나온다. 아이구 봄이 맞기는 맞는갑다
그러나 왜 내 마음은 화창창 봄이 아니고 이렇게 어둡나.
블로그에와서 주절주절 주끼면 좀 나을건데 그 짓도 안 되는걸 보니 내 마음에 단단한 장벽이 생겼나보다. 한 때 유행어 <탁` 치니끼니 억` 하더라>는 식으로다 나는 그냥 앉았다하믄 줄줄 잘 주워섬겼는데 그짓도 이제 어려운거 보니 참말로 나이를 묵긴 묵었나보다. (이 여편네는 걸핏하믄 나이타령이래 떽!)
점심 상을 치우고 마악 밥상을 행주로 훔치는데 아버님께서 들어오신다.
방금 집어 넣었던 반찬을 다시 끄집어 내고 국을 데우고 찌개를 데운다
실컷 데워놓으니 아버님이 찬물을 달라하신다.
국도 뜨거워 싫다고 냉수에 밥을 말아서 드신단다
또 한숨이 나온다.
어머님은 의자에 앉으셔서 내가 차리는 밥상을 힐끔힐끔 보고 계신다.
국을 데웠는데 왜 물하고 밥을 먹으려하는지 모르겠다는 심사로 아버님을 보고 계신다.
한참 뒤에 다시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다.
어머님이 동네회관으로 가신다.
나는 좀 숨을 크게 쉬어본다.
<창부타령>을 욍겨놓고는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른다. 한 삼백번도 넘게 들었을거다.
그래도 속에 응어리는 내려가지 않고 답답하니 명치끝에 걸려있다.
저녁에는 연근을 졸이고, 김을 재어 굽고, 꼬막무침을 만든다.
아들녀석은 오자마자 밥을 먹고 학원으로 가고, 나는 반찬에 하얗게 깨를 들이붓는다.
연근이 정과처럼 졸여졌다. 그래도 그거 하나 입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차례로 통에 담아 놓고 고스방 오면 저녁을 주어야지...하고 기다린다.
열어 놓은 창으로 부드러운 저녁 바람이 팔뚝에 와닿는다
쟤는 차암 시.원.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