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한삼덩굴

황금횃대 2006. 4. 11. 18:38

 

<먼길님 블로그에서>

 

저거이 한삼덩굴 새순 아이래요?

밭둑길 가다보면 사정없이 종아리 후려치는 무엇이 있어 감싸쥐며 주저앉아 뒤돌아보면

영락없는 한삼덩굴이라요. 첨에는 저것이 뭐시당가 혼자 이름 짓기를 <까끄랑풀>이라

해놓구선 밭에 가면 조심조심하지요. 호박 덩굴 뒤져서 애호박 하나 딸라해도 복병처럼

숨어있는 한삼덩굴.

 

앗차 하는 순간에 긁혀놓고는 종아리며 팔뚝 어루만져봤자 소용없응께

그리 억세게 사람이든 풀이든 휘감아 생채기를 내는 저 풀도 첨에 올라올 때는 저리 붉고

연한 대궁이구만. 무엇이든 살다보면 억세진당께요. 나도 첨에는 야들야들 보들보들 했겠지러.

근데 이놈한테 떠받히고, 저사람 뒷발질에 채이고 그러다봉께 나도 맞받아 떠 받고, 간간 뒷다리

날라차기도 하고 ...한삼덩굴같이 까칠해지는거지. 스치기만해도 피 볼 작정으로 죽을동살동

뎀비며 살다봉께 억세지는겨.

 

여인이 뱀만 보면 돌멩이를 사정없이 집어 드는것처럼, 뱀이 여인의 뒤꿈치를 무는 것처럼, 한삼덩굴과 여인의 관계도 올 여름 한 철 그리할지니.

 

 

 

 

 

 

한삼덩굴


김종해



지난 여름 내내 내 텃밭을 괴롭혔던 잡초의 얼굴을 드디어 식물도감에서 찾아내었다. 한삼덩굴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놈은 내가 가꾸는 텃밭뿐만 아니라 내 삶의 비탈, 어느 둔덕이나 뒤안길에서도 사사건건 덩굴손을 뻗으며 가시를 돋웠다. 졀학하였다. 꿈길에서조차 내 발목을 잡았다.
지난 여름 내내 단 한편의 시마저 쓰지 못했던 죽은 시인의 시간, 한삼덩굴은 내 텃밭을 기어나와 황막한 땅의 문맥을 문신으로 보여주었고, 힘의 논리를 내 땅 위에 수놓았다.
오늘 아침 문득 가을이 오매, 잎 떨어지는 가을이 깊어가매, 내 집 문 앞에 문득 가을처럼 나타나 작별 인사를 고하는 그 사람, 한삼덩굴은 누구위 삶 속에서나 잎을 펴고 사라진다. 단지 그것이 한삼덩굴의 이름이라는 것을 모를 뿐이다.



2001 문학세계사. 시집 풀

 

 

 

 

 

이런 저런 생각하며 오늘도 편지지 한 장 만들었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