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아침 먹고 이후로는 볕이 좋았다
바람도 깔끔하게 불었다
말릴려고 널어 놓은 청국장도 한 나절 빛에 달그락 소리가 났다
그저께와 어제는 집을 비웠다
밀린 빨래가 태산이다, 새벽부터 기계를 돌려 댓바람에 널었다
언제보아도 좋은 나부끼는 빨래들
버릇처럼 장독간에 앉았다
눈 높이에서 표고버섯 올라 온게 보인다
나무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표고를 딴다
몸이 아프다는 그녀에게 좀 보내 볼까
남편 땜에 속썩는 그녀에게도 좀 보내볼까
큰보약도 아닌데 햇것을 따내면서 마음이 바쁘다
딸아이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11시에 비행기를 탄다고 연락이 오고
12시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다고 연락이 왔다
제주의 하늘이 기억 날똥말똥, 똥이 두 덩거리다.
똥 두덩거리 사이를 왔다갔다하다가 나도 점심을 먹었다
점심 이후로 식구들은 모두 외출이다
나는 홀로 컴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를 보낸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광풍 한 자락,
느릅나무가 순간 휘청거리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뒤안에 빨래를 걷어 들인다
그들을 방바닥에 패대기치기 무섭게 옥상으로 올라간다
한 나절 말려 달그락 거리던 청국장 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후루룩 거둬들여 치마품에 싸서 내려온다
다시 바람,
다시 빗방울,
지문처럼 그것들이 불어오고 쏟아진다.
젖은 등때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한 숨 돌린다.
한 숨 돌리자 여분의 시간이 또 들이친다
그 시간의 한 귀퉁이를 뭉텅 잘라내다
"여보세요 아무개님?"
오호호호호호 그렇지요? 그러게말입니다. 맞어요 맞어. 에혀 딱해라.....
수다는 길지요
그러나 뒤끝없이 깔끔하다.
서로의 가슴이고 머리에 남아 있을 거리가 없는 이야기다
비 그치고 바람 멈추고
그러자 해가 진다
하나 둘, 밖에서 맴돌던 식구들이 돌아오고
바람도 다시 들어오고
느릅나무가 흔들리고
잠시 창 밖에 눈을 두던 나는
붉은 수탉이 나무 위로 올라간걸 보고
죽었던 죠나단수탉이 환생했나 눈을 비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