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6. 4. 23. 19:17

아침 먹고 이후로는 볕이 좋았다

바람도 깔끔하게 불었다

말릴려고 널어 놓은 청국장도 한 나절 빛에 달그락 소리가 났다

그저께와 어제는 집을 비웠다

밀린 빨래가 태산이다, 새벽부터 기계를 돌려 댓바람에 널었다

언제보아도 좋은 나부끼는 빨래들

버릇처럼 장독간에 앉았다

눈 높이에서 표고버섯 올라 온게 보인다

나무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표고를 딴다

몸이 아프다는 그녀에게 좀 보내 볼까

남편 땜에 속썩는 그녀에게도 좀 보내볼까

큰보약도 아닌데 햇것을 따내면서 마음이 바쁘다

딸아이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11시에 비행기를 탄다고 연락이 오고

12시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다고 연락이 왔다

제주의 하늘이 기억 날똥말똥, 똥이 두 덩거리다.

똥 두덩거리 사이를 왔다갔다하다가 나도 점심을 먹었다

점심 이후로 식구들은 모두 외출이다

나는 홀로 컴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를 보낸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광풍 한 자락,

느릅나무가 순간 휘청거리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뒤안에 빨래를 걷어 들인다

그들을 방바닥에 패대기치기 무섭게 옥상으로 올라간다

한 나절 말려 달그락 거리던 청국장 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후루룩 거둬들여 치마품에 싸서 내려온다

다시 바람,

다시 빗방울,

지문처럼 그것들이 불어오고 쏟아진다.

젖은 등때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한 숨 돌린다.

한 숨 돌리자 여분의 시간이 또 들이친다

그 시간의 한 귀퉁이를 뭉텅 잘라내다


"여보세요 아무개님?"

오호호호호호 그렇지요? 그러게말입니다. 맞어요 맞어. 에혀 딱해라.....

수다는 길지요

그러나 뒤끝없이 깔끔하다.

서로의 가슴이고 머리에 남아 있을 거리가 없는 이야기다

 

비 그치고 바람 멈추고

그러자 해가 진다

 

하나 둘, 밖에서 맴돌던 식구들이 돌아오고

바람도 다시 들어오고

느릅나무가 흔들리고

잠시 창 밖에 눈을 두던 나는

붉은 수탉이 나무 위로 올라간걸 보고

죽었던 죠나단수탉이 환생했나 눈을 비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