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 갔었댔다
그 때는 포도밭에 일하다 땡땡이 치고 간게 아니고
설에 친정 다녀 온다고 얘기하고는 부산으로 서울로 땡땡이를 쳤다
기실 내가 미술에 뭔 관심이 있는게 아니고
내 좋아하는 아저씨를 만나 갈 곳이 마땅찮아 간 곳이 바로 거기였다
운보김기창화백의 바보산수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그 때 운보의 작품을 원도한도 없이 볼 수 있었다
서울 가기 전날 한때 조폭 중간보스쯤 했는 놈을 만나 늦도록 술을 마셨는데
아침에 서울에 떨어지니 입 안이 소태였다.
그런 내가 배가 고프다니
서울삼계탕 집에 델고가서 입 안을 화악 삶아댄 메뉴를 시켜줘도 찍소리 못하게 먹었으니
엥간히도 내가 그 아저씨를 좋아했었나보다.
미술관 구경을 다하고 기념품 코너에 델고 가더니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골라보란다
촌년이 그런데가서 뭐 하나 사면
기둥뿌리 뽑힐 만큼 큰 금액인가 싶어서 언감생심 그런 말씀 마시라고
입장료내서 대가의 작품 구경한 일만도 황감하다며 손사래를 쳤는데
그 때 내심 속으로는 저기 저 작은 액자 저거는 참 가지고 싶다 한게 있었으니
지금이야 물론 작가 이름도 생각 안 나는 것이지만
가는 붓으로 버들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저렇게 점을 똑똑 찍어서 표현을 해 놓았더랬다.
나는 그게 참 마음에 들어서 그림을 오래오래 쳐다보았고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
운보의 그림은 다만 몇 가지가 희미하게 기억이 나지만
저 버드나무 그림은 머리에 박힌 듯 기억이 나니
나는 표절이네 뭐네 이런거 잘 모르고
그 작가도 몰르게 가만가만 봄날이 되면
이렇게 달력 속에 그 때 마음을 담아내 보기도 한다네
그 아저씨하고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ㅎㅎㅎㅎ
됐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