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충북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들어 오는 입구예요
새로 나온 잎들이 어제 비에 많이 자랐습니다
아시죠?
비님이 오시면 나뭇잎은 온통 빨대가 된다는 것을.
회관 모퉁이에는 등나무가 심어져 있어 등꽃 향기가 등천을 합니다
그 아래서 오는 온 종일 남자분들의 술잔이 돌았습니다
아마...등꽃 서넛 잔 속에 떨어져 몇 사람은 황홀경 술잔을 받았을겁니다.
쌍둥이네 아버지께서 매번 순 정리를 잘 하셔서 등나무는 언제나 단발머리 소녀처럼 이쁩니다.
집 안에는 등나무를 안 심는다는거 아시죠?
등나무 줄기가 배배 꼬이면서 순이 뻗어나가기에 집구석 일도 그렇게 꼬이고 뒤틀리면 안 된다고
집 안에는 등나무를 심지 않는답니다.
국솥에 장작불이 대어지고, 돼지고기 수육을 만드는 작은 솥에도 잉걸불이 넘쳐납니다.
배추를 겉절이를 한다고 평상에 앉아 할머니들이 배추를 다듬고 계시네요.
묵은 김치 먹다가 겉절이 먹어보니 묵은 맛보다는 좀 덜하지만 고추가루가 어찌 맵던지
나는 울다 먹다 울다 먹다 했습니다
전구지 부침개 한 다라이 장만해서
후라이판 네개 준비해서 구웠습니다.
저 정도 되면 혼자서 두개 정도는 무난 소화해 냅니다.
돼지고기 수육을 수미아줌마가 얇게 썰고 있습니다
부침개 굽다가 왕소금 찍어 겉절이 배추랑 입 딱 벌리고 쌈 싸먹으면 임금님 수랏상에 쭈물락거린 귀한 반찬보다 훨 맛있습니다.
오늘의 유사 진경이 아줌마가 소주 한 잔씩 돌립니다.
"이거 먹어가며 돼지고기 먹어야 안 체한디야"
이렇게 국솥 관리를 하면서도 동네 입구에 차가 들어오면 그것도 쳐다봐 줍니다
이런 날 선거 출마하시는 분들은 아주 신났지요. 집집마다 찾아다니지 않아도 한방에 인사 때릴 수 있으니.
하루종일 먹고 치우고 앉아서 이야기 하다가 집으로 왔습니다.
몸살이 개운하게 낫질 않아 내 목에서는 쉰소리가 나네요
이렇게 동네 잔치를 무사히 치뤘습니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자꾸 줄어들어서 신명도 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