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그까짓꺼 사랑이라지만

황금횃대 2006. 5. 10. 11:38

시덥잖게 걸려든 감기에 내가 꼼짝을 못한다

어젯밤 샤워하고는 브레지어를 빨아 장꽝 옆 빨래줄에 넣어놓았는데

와르르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듣긴다. 기침 때문에 그걸 걷으러 갈 엄두를 못내다.

부러 고스방 앉아 있는 쇼파 맞은 편에 길다랗게 누워 쇼파 구석으로다 대가리를 처박고는

목 따갑게 기침을 한다. 평상시 같으면 과일을 날보고 깎아대라고 눈을 부라리던 스방이

제 스스로 냉장고를 열어 배를 꺼내와 깎아서는 내 입으로도 한 조각 들이민다.

황감하고 민망한 일이지만 이렇게 한다고 벌떡 일어나서 기침이 금방 나은것 처럼하면 안된다.

마지못해 마른 입술을 축이는 척 배를 한 입 베어 물고는 힘 없이 질겅질겅 씹는다

과즙이 츠르릅 흐르면 기운 없어 손을 올리지 못하는 양 그냥 쇼파 위에다 쩍쩍 달라붙게

흘리고 만다.(어이구 저눔의 여편네가 어지간히 아픈모양이구만)

 

몸을 오그려 한기가 드는 척 좀 추운 기색을 하다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위에 덮을걸 하나

갖다 달라고 얘기한다. 한참 재미있는 장면을 보는데 방에 들어가 요대기 들고 나올라면 귀찮지

그러고 자기도 쇼파에 비스듬히 겨우 의자와 몸이 한 풍경이 되도록 비비적거리며 구겨넣은

몸의 형태가 있는데 쉽게 일어나지나 말이지. 의자 뒤에 걸쳐놓은 자기 잠바를 밀어주며

이걸 덮어"하며 준다. 그러면 세상에 그것보다 더 따뜻한게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 따뜻해"하며 목까지 짧은 옷을 끌어 덮는다. 그런 표정을 스방은 티비를 보면서도 놓치지 않고 흘깃 챙긴다.

 

아침먹고 나갔다가 배가  아파 다시 집으로 들어 온 고스방

설거지며 청소기 돌리고 대충 씻고 사무실 나가려는데 묻는다

-머리는 안감아?

-어제밤 샤워할 때 감았응께 그냥 가지뭐

-어이구 저렇게 쑤세방테기를 해서 어딜갈라구

-원래 감고 자면 이렇게 머리카락은 난리야

-그러면 감아야지

-감기기운 때문에 감으면 또 추울거 같아

-그래도 감아 어여어여 내가 사무실까지 태워줄께

 

할수 없이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는데 기다리고 섰던 스방이 따라 들어와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 주네 드라이기로 말려주네 한다. 이 때쯤 양치거품을 튀기며 기침 두 어번 연달아 해준다 ㅎㅎ

 

머리를 다 말리고 로션 바르는 여편네 옆에 와서는 하는 말.

"이렇게 사람모습이 달라지는구만 왜 그냥 나갈라구 했어"

"다르긴 뭐가 달라요 아까랑 지금이랑 맹 그 상순이구만."

"아까는 말야...말하자면 히~ 내떡 잡수세요 해도 쳐다도 안 볼 꼴이였는데..."
"그럼 지금은?"

"그런걸 뭘 물어싸 이핀네야....."

 

 

그까짓거 개도 안 물어 갈 사랑이라꼬?

그래도 그넘으 사랑, 없는 것보다 있는게 훨 좋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