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6. 6. 1. 14:48

어제 밤 세시 좀 못 되서 집에 왔세요.

개표결과보고 당선 확정짓고는 다들 수박한 쪼가리에 샴페인 한 잔씩 마시고

케익도 잘라서 먹고는 서로서로의 노고에 치하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왔시요

좀 간당간당했거등요

사람의 일이란게 그냥 일만의 것만은 결단코 아니여서, 보름도 채 안되는 날들을

아침저녁 보며 수고하셨세요 하며 인사하고 지내다고 이제는 그리 못한다 하니

갑자기 서운하고 아수워요.

당선자 배우자되시는 분이 늦게 연락을 받고 사무실로 오셨는데 우리가 막 축하

한다고 박수치고 하니 흑, 하고 눈물을 흘리며 그 동안의 수고가 보람이 있어 고맙

다고 인사를 하는데 눈시울이 붉어지더만요.

집에와서 세상 떠나갈 듯 코골고 자는 고스방 옆에 살그머니 붙어서 잠깐 자고 나니

아침이래요. 떠지지 않는 눈을 눈깔땡보를 만들어 공가서 밀어 올려놓고 난 뒤에

아침을 준비하고 빨래를 돌려놓고 포도밭에 갔세요

 

허이고,

밭고랑을 따라 풀들은 호랭이 새끼치게 커서 우북하지요, 포도순은 유난 좋아서

하늘을 찌를 듯 차 올라가지요  산 밑에 네골은 아직 육손을 따지 않았다고.

아침나절 두 골 해 놓고 두시 쯤 집에 와서 찬 밥 한 덩어리 콩나물 국에 말아 먹고는

가마이 밭일을 생각하니 콩쥐처럼 억장이 무너지는터라 멍석 우에 퍼대지고 앉아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래요

 

그런데 엄니는 또 어디가 편찮으신가 얼굴이 안 좋으세요

아버님하고 같이 왜관에 있는 한의원에 가신다고 합니다. 얼른 선거사무실에서

일한 수당 받은것에서 얼마를 봉투에 넣어 어머님 갖다 드렸어요

 

'내한테도 돈 있어.."

"가지고 가세요 어머님 저 돈 많이 받았세요"

 

지금 엄니는 아버님과 같이 한의원 가시고 나는 이렇게 소식 전합니다.

일요일에 우리집 포도밭에 일하러 오시이소. 내가 보리밥에 된장국을 끓일팅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