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6. 6. 6. 00:51

 

 

 

 

가끔가다 뭔가 걷잡을 수 없이 쓰고 싶을 때가 있잖어유. 복받치는 그런 욕구.

먹고 배설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욕구라면, 그 외에 또 한 가지 넣어 줄테니 뭘 넣겠느냐하고 물으면 블로그 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제비주둥이같은 이쁜 입을 벌려 일제히 이렇게 말하겠지요. <쓰고 싶다!>

 

나는요 글을 쓰면서 이런 말을 넣으면 좋을까, 저렇게 쓰면 부드러울까..이렇게 궁리해서 쓴 것을 젤 싫어해요. 거미가 똥구멍에서 거미줄을 술술 뽑아내서 뒷다리로 이미 걸어 놓은 씨줄 거미줄에다 뽑아낸 거미줄을 척척 걸쳐 나가듯이, 내가 쓰는 문장들이 그런 형태를 지녔으면 참 좋겠다하는 바람이 있지요.

 

오늘은 아니 어제다. 벌써 시침이 하루의 경계를 넘었습니다.

저녁 나절에 선거운동 하느라고 보름동안 동고동락한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저녁 한 그릇했어요

주거니받거니 오고가는 술잔들에 내 잔도 슬몃슬몃 끼어들어고, 끼어 드는 사이사이에 취기가 같이 낑겨 앉는 바람에 우리는 필요이상의 큰소리로 건배를 하고 당선자에게 당부의 말들을 따박따박 이야기 하기도 했지요.

 

술이란 참 묘한 것입니다.

선거운동원 중에 젊은 아지매가 술김에 자기의 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구에서 경희여상을 나왔다고 하네요. 나는 대구에서 내가 나온 학교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이 좁은 것 같아도 이리저리 맞춰보면 또 한 없이 넓어터진 것이 세상인데,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그것도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에 우린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라 했습니다. 일테면 날아가는 고향까마귀를 만난 것이지요.

 

그녀의 찬란했던 여고생 이야기며 결혼해서 사는 이야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정체성을 짧은 순간에 안간힘을 쓰며 이야기합니다. 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웃으며 수긍을 합니다. 누구나 그렇지요  젊었을 때 이루고자했던 작은 꿈과 큰 꿈들이 있었겠지요. 술이 올라 정신은 아리까리한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정신을 가다듬어요. 나중에 그녀의 이야기를 맨정신을 들어주고 싶었어요. 속으로 꼭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었지요. 술김에 나는 그녀에게 헛소리를 좀 했을 겁니다. 사는기 말이야...험씨롱.

 

그러나 사는기 말이야...개뿔 사는기 뭘까?

ㅎㅎㅎㅎ

늘 구라만 치고 삽니다 그려.

 

집에 오니 고스방이 두팔을 위로 올리고 코를 골며 잡니다.

오늘 고스방은 핸드폰을 새것으로 갈았어요. 가지고 있던 핸드폰이 숫자가 안 눌러진데요. 마누라는 수시로 잘 눌러주는데 핸드폰 키는 왜 잘 못 누르는지 모를 일이지요

최신 기능이 많지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그냥..전화 걸고 받는 것만 잘 되면 되는거죠

 

횡성수설..

술 한잔하면 말이죠. 가슴이 꽉 차 오르지요. 평상시에는 못하던 말도 간뎅이가 술에 슬슬 부풀어올라서 흉곽의 대부분을 차지하게되면 흉곽사이에 서캐처럼 숨어있던것들이 삐질삐질 기어나와요. 그러면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잠도 안자고 뭔가를 써볼라꼬 자판을 두둘기보지만...결국 자꾸 주끼봐야 그게 그거야요

 

꿈은 어디에..

그녀의 꿈은 어디까지 걸어갔나..

 

뭐 그런.

눈은 실실 감기는데 그 말이 자꾸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