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고스방의 눈물
황금횃대
2006. 6. 29. 22:33
점심 먹으러 와서는
"상민이한테 문자 보내봤나?"한다.
아이 아프기 전에 우리가 어쩌다 재미로 고스방한테 문자 보내면
<씨잘데기없이>문자를 보낸다고 꿍시렁꿍시렁
<한 통 보내는데 삼십원인걸 뭐>하면
<하루종일 땅 파봐라 십원짜리 동전 시개 나오낫>
하며 눈꼬리에 불을 붙이던 고스방이였다.
아이는 야간 자습 때문에 아홉시가 넘어도 아니오고
고스방은 들어와 씻도 안 하고 아일 기다린다
"끕끕하고 쩍쩍, 달라 붙는데 샤워해요"
"상민이가 와야재"
"좀 더 있어야 오지 지금 오능가?"
<아이고, 이번에 지지배 그러는 바람에 댓번 울었네. 논에 갔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병조가 누나 쓰러졌다고 빨리 병원가야된다고 해서 머리 속이 하얘지는게 내정신이 아니여. 몰래 몰래 내가 서너번 울었어. 저러다 애 놓치는거 아닌가 하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상민이가 현관문을 열고 머리카락이 다 삐져나와서는 들어선다
어제 에어컨이 고장나서 오늘 겨우 저녁이나 되서야 가동이 되었다고.
하루종일 헉헉 더웠던 내색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낸다.
"학교는 뭐하는 새끼들이여 그런거 빨랑빨랑 안 고쳐놓고"
세상에나! 조선에 없는 즈그딸이다.
참외 가져와서 깎아 딸래미 입에 넣어주고, 우유 따뤄와서 턱 밑에 갖다놓고.
예전에는 뭘 먹으면 저 퍼내기같은 엉뎅이 좀 봐. 이러면서 뭐라뭐라하더니.
<아빠도 변한다>
이게 오늘 우리 딸 입에서 나온 소리다
속으로
<으이고, 이누무 지지배야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니가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