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녀오다
수녀님의 어머님이 몹시 편찮으시다
신장의 가동능력이 10%미만이란다
지난 팔월 초에 입원을 하였다가 보름께 퇴원을 해서 계속 집에 있으면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단다. 그러다 어제 갑자기 악화되어 응급실로 들어와 중환자실로 옮겨진 모양인데
연수 받으로 서산으로 향하던 수녀님이 발길을 돌려 부산으로 급히 내려가며 문자를 보내왔다
얼마나 놀랬을까.. 엄마가 편찮으시다는걸 알고는 있지만 응급실..중환자실이란 단어가 사람에게 갖다 엥기는 쇼크의 크기는 당사자일 경우 상당한 충격이기 때문이다.
저녁 먹으러 들어 온 고스방 안색을 살펴 수녀님 한테 다녀와야겠다고 넌즛 이야기한다
아무 태클을 걸지 않고 묵묵부답이면 오케이 사인이다.
그런게 고맙다
가끔 까칠하게 내한테 걸고 넘어져도 저렇게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 하면
그것에 대해 뭐라하지 않는다.
아침 먹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씻고 치우고 김천까지 직행을 타고 가서 역으로 이동하여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닿으니 한시다.
병원은 진역 앞에 있어서 택시타고 가니 금방이다.
수녀님이 입구까지 나와서 근심과 반가움이 섞인 얼굴로 웃으신다
눈가에는 어제 하루동안 얼마나 마음 졸이며 환자의 곁을 서성거렸는가가 그대로 나타난다
연민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내 얼굴에 스친다. 그녀나 나나 참아야 한다는 걸 잘 안다
담당과장님께 특별히 말씀을 드려서 면회시간이 아닌데도 어머님을 뵙는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시네
수녀님과 같이 점심으로 나온 흰죽을 떠서 먹여드리다
반 그릇 드시더니 젓가락을 겨우 집어서 죽 위에 금을 그어 여기까지만 먹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신다.
황망하니 먼곳을 바라보는 눈동자
츠자적에 서울에서 근무하는 수녀님이 수녀가 되기전 직장생활할 때 부산으로 내려오면 나도 부산으로 내려갔다. 자매처럼 같은 방에서 자고 한 상에서 밥을 먹고 해운대에서 같이 딩굴고 놀았다.
마치 내 엄마처럼 살갑게 잘 해 주셨는데 이젠 알아보지도 못하시고..그런다.
그러면서 마치 어린아이 같은 눈매가 되었다.
지친 수녀님이 역까지 바래다주신다
연수 준비해서 짊어지고 가던 도중에 연락받고 부산으로 왔으니 수녀님이 메고 있는 베낭이 무거워보인다. 집 환경도 그렇고 외아들과 외며느리가 감당해야 할 몫도 암담하고..
속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