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이쁘구먼...
황금횃대
2004. 6. 30. 22:09
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배경도 시작된다
쭉쭉빵빵 뻗은 길 옆으로
우리네 삶이 배경으로 깔린다
울퉁불퉁 높낮이는 물론이고
그 거친 질감조차 모두 다르다
그 길을 따라 어제 상경을 했다
논밭이 나오고, 냇가가 나오고
산이 나오고 집이 나오는 수순을 밟으며
내 눈에는 겨울로 접어든 풍경이 차례로 접수된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질겅질겅 씹어도 본다
단물이 나오다가 쓴물이 씹힌다
여의도 63빌딩 뒤편 둔치에 차를 세워 놓다
큰 관광버스에 달랑 10명 태우고 온 썰렁함이
차 밖으로 내려서도 여전히 따라붙는다
농민회 회장이 머리띠 하나씩 나눠준다
머리에 단단히 묶었다
여기저기서 버스들이 속속 도착하고
쌀개방 결사반대, 혹은 한-칠레 농산물 협정 결사반대
A4용지에 한 자 한 자 인쇄해서 창문에 붙이고 나타난
그 농투성이 곱은 손들을 본다
깃발은 허공에 흔들리는 삶으로 정신없이 나부끼고
꼬부라진 할머니도, 중늙은이도, 젊은 이도 하나같이
머리띠를 하였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벌써 농민들의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한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새벽 댓바람에 첫술도 들기전에 출발했을 가난한
농사꾼들의 핫바지 사이로 매서운 강바람이
귀때기를 때린다
원효대교 다리 밑으로 푸른 망이 쳐저있고
망 한 올 한 올 사이에 색비닐로 매듭을 매어
전국 농민 대회'라는 글자가 크게 만들어져
예의 그것도 그물망을 빠져 나온 모진 바람에
새파랗게 얼어있다
우리들은 모였다
이장들의 독려에 마지못해서라도
아님, 진짜 목구멍 조여오는 그 빌어먹을 자유무역협정에 가위눌려서
혹은, 막걸리 한 잔 그저 얻어 먹을 수 있을까 올라탔을지라도
우리는 모였다
아무리 목청 돋워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위정자들은 나타나 제 얼굴을 알리기에 급급하지만
우린 그런 것 조차도 너그럽게 봐 준다
누가 들을까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팍팍한 현실 앞에서
고래가 죽기전 마지막 큰 숨 한 번 쉬어보는
그런 절박한 상황이라 할 지라도
모여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 한다는 것
그것이 좋은 거다
빤지르르 윤기나는 얼굴이 아니고
뽀얗고 가녀린 손마디 아니라
관절이 불거지고, 거칠대로 거친 손을
뜨겁게 함 잡아 보는 것이다
그을은 흙빛의 주름진 얼굴을 서로의 눈에 넣어
막막한 앞날에 군불처럼 지펴질
따뜻한 불씨를 눈에 넣고
가심패기에 박아 두는 것이다
한강 너머 빌딩의 이마를 핥고 온 바람은
앞섶을 사정없이 파고들고
안그래도 부시시한 머리칼을 수쎄뭉테기로 만들지만
그런 것 아랑곳 없다
돈으로 따지자만 농사, 그 짓을 하겠는가
생명으로 따져야지
호호 불며 여태까지 지켜 온 우리의 생명
모르지
여기저기 통제하는 골목을 돌아가는 도시의 차들은
애면글면 나부끼는 농투성이들에게 이런 말 한 마디 뱉을지
저 버러지같은 놈들이 또 기어올라왔구만
떠들어대도 하나 변할 것 없는 세상임을 왜 모르는가
그러니 무식하고 단순하지
그러나 그런 조롱도 상관없다
우리는 여전히 땅에서 구할 것이고
그 터전에서 행복을 일궈낼 것이다
언젠가는 환히 웃을 날 있으리라
머리띠를 끌르며
아무렇게나 눌려 찐빵처럼 된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검은 차장에 비친 내 얼굴 바라본다
그러면서 씨익 웃는다
"이쁘구먼......"
배경도 시작된다
쭉쭉빵빵 뻗은 길 옆으로
우리네 삶이 배경으로 깔린다
울퉁불퉁 높낮이는 물론이고
그 거친 질감조차 모두 다르다
그 길을 따라 어제 상경을 했다
논밭이 나오고, 냇가가 나오고
산이 나오고 집이 나오는 수순을 밟으며
내 눈에는 겨울로 접어든 풍경이 차례로 접수된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질겅질겅 씹어도 본다
단물이 나오다가 쓴물이 씹힌다
여의도 63빌딩 뒤편 둔치에 차를 세워 놓다
큰 관광버스에 달랑 10명 태우고 온 썰렁함이
차 밖으로 내려서도 여전히 따라붙는다
농민회 회장이 머리띠 하나씩 나눠준다
머리에 단단히 묶었다
여기저기서 버스들이 속속 도착하고
쌀개방 결사반대, 혹은 한-칠레 농산물 협정 결사반대
A4용지에 한 자 한 자 인쇄해서 창문에 붙이고 나타난
그 농투성이 곱은 손들을 본다
깃발은 허공에 흔들리는 삶으로 정신없이 나부끼고
꼬부라진 할머니도, 중늙은이도, 젊은 이도 하나같이
머리띠를 하였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벌써 농민들의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한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새벽 댓바람에 첫술도 들기전에 출발했을 가난한
농사꾼들의 핫바지 사이로 매서운 강바람이
귀때기를 때린다
원효대교 다리 밑으로 푸른 망이 쳐저있고
망 한 올 한 올 사이에 색비닐로 매듭을 매어
전국 농민 대회'라는 글자가 크게 만들어져
예의 그것도 그물망을 빠져 나온 모진 바람에
새파랗게 얼어있다
우리들은 모였다
이장들의 독려에 마지못해서라도
아님, 진짜 목구멍 조여오는 그 빌어먹을 자유무역협정에 가위눌려서
혹은, 막걸리 한 잔 그저 얻어 먹을 수 있을까 올라탔을지라도
우리는 모였다
아무리 목청 돋워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위정자들은 나타나 제 얼굴을 알리기에 급급하지만
우린 그런 것 조차도 너그럽게 봐 준다
누가 들을까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팍팍한 현실 앞에서
고래가 죽기전 마지막 큰 숨 한 번 쉬어보는
그런 절박한 상황이라 할 지라도
모여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 한다는 것
그것이 좋은 거다
빤지르르 윤기나는 얼굴이 아니고
뽀얗고 가녀린 손마디 아니라
관절이 불거지고, 거칠대로 거친 손을
뜨겁게 함 잡아 보는 것이다
그을은 흙빛의 주름진 얼굴을 서로의 눈에 넣어
막막한 앞날에 군불처럼 지펴질
따뜻한 불씨를 눈에 넣고
가심패기에 박아 두는 것이다
한강 너머 빌딩의 이마를 핥고 온 바람은
앞섶을 사정없이 파고들고
안그래도 부시시한 머리칼을 수쎄뭉테기로 만들지만
그런 것 아랑곳 없다
돈으로 따지자만 농사, 그 짓을 하겠는가
생명으로 따져야지
호호 불며 여태까지 지켜 온 우리의 생명
모르지
여기저기 통제하는 골목을 돌아가는 도시의 차들은
애면글면 나부끼는 농투성이들에게 이런 말 한 마디 뱉을지
저 버러지같은 놈들이 또 기어올라왔구만
떠들어대도 하나 변할 것 없는 세상임을 왜 모르는가
그러니 무식하고 단순하지
그러나 그런 조롱도 상관없다
우리는 여전히 땅에서 구할 것이고
그 터전에서 행복을 일궈낼 것이다
언젠가는 환히 웃을 날 있으리라
머리띠를 끌르며
아무렇게나 눌려 찐빵처럼 된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검은 차장에 비친 내 얼굴 바라본다
그러면서 씨익 웃는다
"이쁘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