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뛰세요 할머니

황금횃대 2004. 7. 2. 15:11

뛰세요 할머니





묵은점 모퉁이 돌아나오는 길에
버스가 정지한다


구십도도 넘게 굽은 할머니 허리 우에
겨울새가 반대편 곡선으로 굽어 날고
할머니는 뛰고 있다 오른손에 지팽이와 비닐봉다리
달랑거리는 할머니의 쪽진 머리방울 사이사이로 빛나는
흰머리의 세월들


기다리던 사람들이 버스에 다 올라와
굵은 손마디에서 흘러내리는 차비를 동전통에 다 떨어뜨리도록
할머니는 뛰고 있다 아직도 버스와 할머니 사이에는 사윈 포도밭 한뙈기 버티었는데


버스 속 무표정한 얼굴들이 일렁인다
아저씨 저기 할머니 뛰어와요
할머니, 할머니, 뛰어와요
일심으로 창 밖에 응원가를 보내며
뛰세요 할머니!



할머니 들여놓는 한 발에
일제히 터트리는 하얀 입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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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가는 길에 말야
버스는 서 있는데 저기서 할머니가 뛰어오셔
뛰어 온다고 해도 그게 어디 뛰는건가?
허리는 굽었지..손에는 달랑달랑 가방 하나 들었지....

그걸 지켜보면서

 

할머니가 눈에 들어온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할머니의 궤적

사람살이란게 말이지..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