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스방 까재끼기

황금횃대 2004. 7. 5. 22:05
토요일이 되면 개그콘서트 일명, 개콘에 얼마전에 <사재끼기>라는 코너가 있어서 강성범,김지선이 나와서 요란한 동가리치마를 흔들어 재끼며
사람을 우끼 싼 적이 있다
나는 머 스방놈 이야기 하면서 웃길 수는 없고, 사는기 가끔
고린내가 물씬물씬 풍겨서, 옛날 보부상들이 조선팔도 천지를 떠 돌다 객주방에서 고단한 발품을 풀었을 때 나는 고약한 냄새보다 더 지독스러울 때가 있나니. 그런 고린내 나는 삶을 <까재끼기>나 해 볼까?

일전 스방이 점심을 먹으러 들어왔다
들어오자마다 밥상을 차려놔야 조금 뭐씹은 인상이 펴질똥말똥
똥이 두덩거리인 평상시의 습관을 잘 아는 지라, 그날은
들어 올 시간을 점쟁이 빤스라도 빌리 입은 양 용케 맞춰
먼저 상을 봐서 얼추 식구들이 다 먹었을 즈음에 들어왔다

급히 몇 숟갈 남은 밥그륵을 밀쳐놓고 불에 덴듯 의자에서 일어나
밥사발에 옹차게 밥을 고봉으로 담아 내고, 뜨거운 것 싫어하는
지랄거튼 성격을 알아서 국그릇도 데울 필요없이 죽은 놈 마빡
온기만 간직한 국을 냄비에서 퍼뜩 한 그릇 퍼 내 놓는다

숟가락을 찾던 스방, 차려 놓고 마악 자리에 앉아 두어 숟갈 남은
대궁밥을 마저 먹으려는 나를 쳐다보며 숟가락 통에서 마악 뽑은
숟가락을 식탁위에 패대기를 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헌 숟가락 어디로 안 치워?"
그리 헌 숟갈도 아니고 어제까지 놓고 먹던 숟가락인데 그게 머 그리
중요한 일인가 싶어서
"냅둬요 나중에 치울게"
그러자 대번 두번째 집어든 숟가락을 탁 소리 나게 놓으며
"이 씨팔, 치우라믄 치울 것이지 뭔 잡소리가 그리많아"
"그게 머 어때서...."
살기등등하게 눈꼬리를 치켜들며 희득번득 눙깔을 굴리는 폼이
대번 밥상을 엎을 기색이다.
슬그머니, 찍소리 않고 일어서 숟가락 통을 끌어당겨 전에 먹던
숟가락이 얼마나 있나 싶어 찾아보니 두가락 밖에 없다
그거 빼서 치운다.

"씨파, 머 해로븐거 시킬까바 말을 안 들어 처먹나?"
흐이고...승질하고는, 그거 나중에 치우면 머 입안에 가시가 돋치나
나는 나대로 할말이 많지만, 자꾸 대거리하면 디러운 인상에 승질만
더 돋울거고..고만 먹던 밥그릇 슬그머니 씽그대 위로 치워놓고
밖으로 나온다.

그 날은 내 생일날이다.

꽉 다문 입에 설움의 칼날이 목구멍을 콱 찌른다
생일날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해주지는 못할 망정, 식은 밥 한 숟갈
먹는 그것도 못 다 긁어먹게 만드나 싶어서, 지갑에 카드 챙겨 밖으로
나온다. 아들놈이 어마이 도망 갈까바 눈치를 실실보며 방으로 따라
들어 온다. 애써 찬찬한 목소리를 되찾아서 은행에 나 다녀오마 한마디
남기고는 밖으로 나온다.

마음이 얼어 붙으니, 심정이야 오즉하랴
터덜터덜 걸어서 귀퉁이 떨어져나간 금상교를 지나 농협에가서 입금할
돈의 1/2을 덜어서 지갑에 챙겨넣다
여차하믄 역전으로 달려가 차표를 끊으리라.그리 생각하고 가는 길에
친구가 차를 타고 가면서 나를 부른다.

"어디 가노?"
"어...어, 그냥...."
"꽃집으로 온나"
"알았어"

꽃집에 가니 친구가 주문한 내 생일 꽃바구니가 얌전히 놓여있다
붉은 장미을 둘러싸고 하얀 안개꽃이 하늘하늘 제 몸매를 흔들어대는.
그런 이쁜것을 보고도 마음은 풀어지지 않는다
여편네가 독기를 품으면 석달 열흘은 가는 것. ㅎㅎㅎㅎ

그러구러 며칠 지나고, 부부란 쌈질 할 때야 다시 안 볼것 같이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칠면조 목덜미같이 변화무쌍하여도
그 놈의 정이 무서운기라. 한 솥밥에 같은 이불은 화해의 최소공배수다.

오늘 아침,
일찌감치 눈 뜬 스방놈이 머라 한마디한다.

"여태 한 번도 내지 않은 접촉사고를 다 내었네"
"은제요?"
"응...며칠 전에"

그러니까 그 며칠전이란게 내 생일 날 이였고, 구링이 알같은
돈 삼십만원 촌놈 핫바지 방귀 새 나가듯 빠져 나갔으니, 거기서는
제 잘못으로 찍소리도 못하였지만, 집에오니 은근히 부아가 뻗친
거겠지. 만만한기 홍어 좃이라고, 여편네 바짓가랭이 붙잡고 어깃장을 놓았겠다.
그렇다고 이놈아 잘 있는 숟가락으로 시비걸어 나한테 그렇게 모진 소릴 해대냐?

기실 그 숟가락이란게, 명절 전에 평소에 쓰던 숟가락이 여러 종류인지라
한번에 자기 숟가락을 찾기 힘들다고, 그릇 집에 가서 손수 숟가락을 새걸로 한 세트를 사가지고 왔던 것이다. 그러고는 쓰던 숟가락은 어디로 다 치워 놓으라고 말을 했는데, 설 명절에 식구들이 많이 오는 바람에 예전의 숟가락을 다시 꺼내서 쓰고 미처 치우지를 못했던 것이다.
숟가락 사 줬다고 그렇게 유세부릴거 같으면 다음부터 살림살이 이런거 사오지 마!
한 소리 나도 내 뱉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고,
'그 놈의 승질은 오십이 가까와도 우째 죽을줄도 모를까잉'
속 옹알이만 씨부렁거리며 나도 참을 忍자 떡하니 이마빡에 그려내는 내공을 한 갑자 쌓는다.


아!
저 승질 언제 죽어, 여편네한테 고분고분한 <꽃 피고 새 우는 따뜻한 봄날>은  언제쯤이나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