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우예 살믄 잘 사는깅고...

황금횃대 2004. 7. 5. 22:11
우예 살믄 잘 사는긴지,

나는 맨날 헛다리만 짚고 댕기자나?
서방눔 좀 피곤한거 같어, 내가 쏠테니 어데
여행이라도 갔다올라요 하고 상침상침 조용히
이야기 하면 이눔의 서방은 집 앞으로 지나가는
경부선 열차를 낼름 집어 묵었는지 배락같이
괌지르지. 이녀르꺼 여편네는 맨날 속터지는
소리만 해대네, 니가 철이 언제들라는지 모르것다
니가 눙깔 뜨고 뻐이 보는 실상이 어떤지 알믄서
내한테 그런 이야기하믄 날 보고 배채우라는 이야기지
내따난은 생각해서 기분 봐가며 이야기 했는데
이런 배락을 맞고보믄 증말로 정내미가 똑 떨어지지
흐이고 내가 저놈하고 맨날 살 섞고 살았나 싶어서
뒷통수에 부애가 화악 치밀어
고만 그꼴저꼴 안 보고 방 안에 드가서 문 쳐닫아 놓고는
편지지를 꺼내
뽀얀 한지에 가는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고 명암을 넣고 시를 쓰다 보면
맴이 조금 풀리는기라 그래, 어데 내가 니한테
고분고분한 말 한 마디 들을라꼬 사나? 나는 나대로
내 멋에 사는 맛이 있단 말다
누가 들을 사람도 없는데 한 마디 머찌게
소리내어 뱉고 나면 어허, 사람이라는기 희안하지
제 신명에도 제 스스로 신명이 나서 슬슬 꼬인 마음이 풀리더란 말이지
그럼 되얐지. 거창하게 종교적 말씀으로다 구원은 어디까지나
일대일의 문제라고. 멀쩡하니 논 갈고, 밭 매다가
한 놈은 올라가고 한 놈은 남아서 그 짓 계속한다고 한다지만
(이런 해석은 아니지만 ㅎㅎㅎㅎ)
그래 맞어, 어디까지나 자기 구원은 자기가 시키는겅깨 이캄씨롱
열심히 사연을 써댄다
그가 읽으나 내가 읽으나 다 허공에 뜬 말이지만
그래도 쓰고 난 뒤 내가 읽으면 내가 위로를 받는걸
그래서 편지를 쓰나벼
이래뵈도 편지 하나는 머뜨러지게 쓰걸랑
십일월 달력을 생선 그림 하나 달랑 그려 넣으며
열댓장 만드는데 생선의 씨알굵기가 하나 같이 틀리네

그려,그려...
내 열손구락 움직여 금방 그린 그 머리통으로 그리는 그림인데도
이리 크기가 다른 것을 , 저 서방눔 하고는 기껏 맞차봐야 십수년인데,
저하고 나하고 맞지 않는다고 그리 애걸통탄할 필요가 머있노
북도 치고 장구도 지혼자 쳐대면서
스스로 도사 반열과 부처님 가운데 토막 반열에
생각과 육신을 얹어 놓고
허, 허, 헛.....웃고 말지



이래 살믄 잘 사는깅가???????????하믄서리
역시 인생은 의문투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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