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자두를 따내고

황금횃대 2004. 7. 9. 21:59
자두 품종 중에 대석이란게 있다
이 지방에서는 그게 올자두에 속한다
나는 대구 사람이라..나 자랄 때는 대석 품종의 하나가 에추였다
빨갛게 익은 새끔한 에추를 여름과일로 젤 먼저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소쿠리 사와서 물에 씻으면 반짝반짝 윤을 내며 붉은 얼굴이 말랑말랑 물렀다
한 입 물어 떼서 구멍을 뚫고 쪼옥 빨면 에추의 물렁한 속살이 씨까지 쪽 빨려 들었다
그렇게 에추 먹던 시절을 지나 나는 자두 농사를 짓는다
시집 올 때 선 보면서 자두밭이 있다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결혼을 했다
여학교 다닐 때 이맘때 쯤이면 선배 언니들과 경산까지 자두를 먹으러 갔다.
남학교 자매결연한 학생들까지 같이 갈라치면 그 자슥들은 자두 몇 알 먹고 취한 모양새를 하고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 때사 사는데 무슨 걱정이 있었으랴.

자두는 특, 상, 보통..이렇게 크기에 따라 종이 상자에 담아 내는데, 자연 젤 아래는 좀 작은 것을 넣게 된다. 층층히 표시 안나게 크기를 키워가며 자두를 담는데, 그건 아무나 못하고 남편만 하는 일이다. 비가 쏟아지는 날도 시동생과 나는 열라리 비를 맞으며 자두를 따는데 스방은 포장아래 난닝구 바람으로 앉아 자두 담는 일만 한다.

우리는 비 맞고 자두를 따니 땀에 비에 몸에서는 쉰내가 더럭더럭 나는데, 스방은 앉아서 주워 담기만 하니 모기가 자꾸 달라든다. 세상은 공평해서 우린 모기로부터는 해방인데 가만히 앉아 하는 사람은 모기의 주 공격대상이 된다.

그렇게 나흘동안 올자두 예순상자를 따 내다.
점심도 먹지않고 추풍령 공판장에 가져가면, 상인들이 손가락으로 경매가를 놓고 우린 돈을 찾아 오면 된다.
돈 천원이 뭐라고, 그날 경매 단가가 천원이라도 오르면 기분은 데낄이다.
그렇게 공판한 돈이 일백일만 육천원이다. 거기다 박스값 이십만원, 자동차 경유 이만원에 자두밭 거름값 이십만원, 위탁수수료가 팔만오천원이다. 그렇게 허벌나게 자두 따도 우린 크고 옳은 모양 못 먹고, 한쪽 귀퉁이 물러 터진것만 먹는다. 참...내 돈이라는게 뭔지.

음료수 한 병 제대로 사 먹지 못하고 고스란히 돈을 챙겨 헤아려보니 알돈 오십일만일천원.
며칠이나마 자두 따는데 애를 먹었는데 저녁은 어데나가서 먹자니 스방이 뭐라한다.
집에 반찬 많은데 멀라꼬 나가서 먹냐
관둡시다.
허기사 그걸로 농약값도 내야하니...외식하자고 넌즛 이야기하는 내가 그르지.


아직도 밭에는 늦자두 <흐무샤> 품종이 남았고, 넘들 휴가네 뭐네 산으로 들로 바다로 떠날때
나는 사닥다리 오르락내리락하며 자두를 따야겟지.
농사꾼 생활이 이러니 누가 농사를 지을라 하겠는가.

행정수도로 지정된 공주, 연기지역의 땅은 벌써 45%가 외지인의 손에 넘어갔다고 한다.
그들이 농사를 지을까?
들을 필요도 없는 대답을 내 스스로 하고는 이빨을 옹실 문다.

팔띠기가 햇살알레르기에 요절이 나든말든 나는 농사를 지을거래
이러면 또 어디서는 이런 말도 들려오리라.
무식한 놈들 새빠지게 농사지어봐라 그놈의 가난 벗어날 수 있는가
놈들이 그카거나 말거나 나는 농새를 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