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이백팔십만원짜리 선반
황금횃대
2006. 10. 9. 21:07
딸아이가 초등학교 댕길 때 피아노 사달라고 여태 커 오면서 첨으로 졸랐다
어릴 때부터 아바이가 얼마나 무섭게 키웠던지 아버지보고 뭘 사달라고 조른 적이 없다
피아노도 그렇게 치고 싶어서 안달을 했는데도 형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사 주질 않았다
중학교 이학년때, 자두 팔아서 피아노를 사줬는데 그 땐 이미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다 식었다
중3,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피아노 칠 일은 더욱 요원해지고 이제 저 피아노는 임꺽정 만화책이 올려지고
딸이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고 모아놓은 빈 통이 올라가고, 핸드백에 책가방, 잠옷에 청바지, 돼지저금통..고장난 지구본 ..이런 것들이 올라가 있다. 한 마디로 억수로 비싼 선반이 되었다. ㅎㅎㅎ
가끔 건반에 녹이 슬까바 내가 뚜껑을 열어 느리게느리게 <알로하오에>를 쳐보고, <스와니강>을 띄엄띄엄 쳐보기도 한다.
연초에 솔나리님이 보내준 다이어리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인데 의외로 볼펜글씨가 잘 쓰여지는 지질이다.
일기장에 쓰던것을 그만 두고 이제 여기다가 메모를 해 놓는다
종이가 얇고 미끌어지지 않아 글씨가 새겨지듯 써진다.
자판 두드려 주끼쌌다가 이렇게 볼펜 글씨가 종이와 궁합이 맞아 생각이 하염없이 종이 위에 쓰여질 때는 내 손가락이 마치 분홍신을 신은거 같어
분홍신을 신은 손가락은 오늘 세 페이지를 빽빽하게 메우고 덮어졌다.
쓰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지
그래야...그 분이 바라는대로 으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