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4. 7. 15. 17:01





어제는 있짜나요, 경찰서에 잡혀 갈뻔 했어요

저녁 나절에 친구네 집에 자두 좀 가져다 줄라고
씻구는 옷 갈아 입고 오토바이에 자두 한 바케스 실어서
씨웅 타고 갔지요
그런데 한참 가다가 보니까 저 앞에서 회색 옷 입은 사람이
어떤 할아버지 오토바이 앞에 서 있는거예요
안경을 안 끼고 가서 순간 멈칫 하고는 멀리서 바라봤죠?
한 오십미터 앞 쯤 되었나?
내가 가다가 서서 자세히 볼라고 이렇게 고개를 들이밀며 보는 순간
그 경찰관도 나를 봤나봐요
둘이 눈이 직감적으로 딱 마주 쳤다는걸 알았지요

요새 안전모 단속 기간이거등요
어제 새벽에도 이장이 아침일찍 동네 방송 틀어놓고
오토바이 하이바 꼭 쓰고 댕기라고 이야기했는데
기실 하이바 그거 디게 덥거등요
어제 같은 날 그거 쓰면 머리에 화락화락 김나요..
눈이 마주치는 순간, 딱지를 떼고 있던 그 경찰관 날 보고 오라고
멀리서 까딱까딱 손짓을 하는 고야요
하이고, 가긴 뭘가 냅다 오토바이 돌려서 도망갔지요
그 경찰관 막 호루라기를 불고 그러는 거야요
조용한 촌동네는 삽시간에 비상사태가 발발했쥬?
나는 행여나 차 타고 쪼차 오나 싶어서 정신없이 달려 댔습니다
아마 차를 타고 날 쪼차 왔다면 상가 앞에 오토바이 세워놓고
도망가야지요 ㅎㅎㅎ
근데 다행히 정신없이 내빼다가 돌아보니 안 따라 오지 뭡니까?

그래도 얼릉 집으로 와서 꼼짝도 안했네요
어머님 한테 신나게 그 사실을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경찰차 왱왱 소리가 나는 거야요. 울 엄니하고 나하고 깜짝 놀랬지요
근데 자세히 들어보니까 집 뒤에 고속도로에서 나는 소리였어요
ㅉㅉㅉㅉ...
죄짓고 못살어.

저..오토바이 타고 아직도 바깥에 안 나가고 있어요
마요네즈도 사 와야 하는뎅...
그라고 어제 입던 옷도 싸악 벗어 놓고 안입구..
당분간 그 경찰관 뇌리에서 내 옷 이미지가 사라질 때까지...ㅎㅎㅎ



아이고 더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