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사지
그 여자 1
강은교
아침이면 머리에
바다를 이고 오는 그 여자.
생굴이요 생굴!
햇빛처럼 외치는 그 여자.
바람 한점 없어도
일렁이 주름 그 여자.
손등엔 가들
먹구름 울고 우는 그 여자.
비 언제 올지 몰라......
비 언제 올지 몰라......
늘 파도치는 든든한
엉덩이 그 여자.
어둠보다 빨리
새보다 가벼이
해님하고 같이 걷는
예쁜 예쁜 그 여자.
<1979>
토요일 대전에 갔다
소국이 피어 나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운동하는 것을 봤다
몇몇은 스텐드에 앉아 저희들의 언어로 소통을 하고 있다
교정을 둘러 나무들은 가을옷을 뽐내며 바람에 흔들린다.
나를 태운 그녀는 곧바로 운전을 하여 화장품 회사로 데리고 간다
<맛사지 받으려고...>
시집 가는 날에도 맛사지 한 번 안하고 화장을 했다
12시에 식을 마치고 폐백을 하고 나니 얼굴은 화장이 몰려 얼룩덜룩했다
진눈개비 내리는 날이였다.
한복을 입고 얼룩덜룩한 얼굴을 하고도 신혼여행 떠나는 차에 앉으니
새신랑은 그래도 각시가 이쁜가 씽글렁뻥글렁 종일 웃었다
<옷을 갈아 입으세요>
무슨 옷이 자루처럼 생겼다
윗도리를 다 벗고 옷을 입으니 어깨가 다 드러난다
<이리 와서 여기 누우세요>
쪼부당한 침대는 턱없이 높다
올라가 누우니 밝은 불을 끄고 깊은 조명을 해준다
잠이 온다
누가 얼굴을 만져 주는 일은
서방 말고는 없었으니 당연히 어색할 밖에
이런 조명 아래서는 책읽기 딱 좋겠다 조용하고
속생각은 일편단심 이 마음 뿐이였다.
젊은 여자는 내 머리 맡에 앉아서
얼굴을 닦아내고
비단같은 손을 놀려서 누르고 지압하고 두드리고 바르고 그런다.
어깨를 눌러주는데
<옆에분 보다 어깨가 훨씬 더 뭉쳤어요>
<녜...무거운 걸 많이 드니까요>
선생님은 그 화장품 사무실에 들어가서 국장이란 여자에게
<우리학교 선생님이야>
이렇게 나를 소개했다.
그녀는 내 손가락을 보더니
<재주가 많으시겠어요>한다
<재주는 없고 뭘 만드는 건 좋아해요>
지지껍데기같은 내 손바닥과 굵게 자리한 손마디 주름이 그녀의 눈에는 특별했을거다
<선생이라더니 아닌가봐 막노동꾼처럼 손은 거칠고 어깨가 뭉쳤잖아>
나는 그녀의 속을 이렇게 짐작하고는 더 이상 대답을 말았다.
고무 밥그릇같은데 허연 것을 개서 얼굴에 발랐다.
살풋 잠이 들었다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고음이 나오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조명은 여전히 아늑하고
비단자락처럼 움직이는 그녀의 발걸음이 눈 감은 귀에 들려온다
어디가서 딱 이런 어둠 속에서
한 이틀만 있다 왔으면.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 오늘 왕비처럼 지냈네요>
<맛사지 했으니까 오늘 밤에는 세수 안 해도 될거야>
영양덩어리를 얼굴에 발랐어도 집구석 분위기는 얼음판이다
어머님은 여전이 말씀을 안 하시고
나는 나대로 입을 닫았다.
선생님의 당부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나는 세수를 한다
정작 씻겨져나가야 할 것은
화장품이 아니고 내 얼굴의 가면인 것을
비 오고 찬 바람 불어
익어가는 감들이 더욱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