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내가 썼단다 2

황금횃대 2006. 10. 30. 22:37

-----Dark eyes

 

 

쌍팔년도의 겨울은 무작시리 추웠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기억이 내겐 없다

그저 잠실벌 신천동 교통회관 앞을 걸어가던 겨울 바람이 혼자에게는 너무 차가왔다



밤새도록 그와 같이 있다가 아침이 오면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이 없었다

성내역이 가까와던 그 여관은 두터운 커튼으로 아침 빛살을 차단하였지만

아침은 차단 된다고 기척을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

성내역에서 오가는 전철의 음이 들리고나, 또로록또로록 전자음이 몇 번 울린뒤

어디를 향하는 열차가 들어온다고 목소리가 나긋나긋한 여자가 지겹도록

방향을 일러주었다. 그 소리가 잠깐 잠들은 첫새벽을 제외하고는

내 의식이 있는 시간동안은 내내 들렸다



쥐색의 양복을 입고, 그 위에 은회색 파카를 걸치고 그는 걸어갔다

눈꼬리 작은 웃음을 씨익 매달며 손까지 흔들었다

혼자 돌아서서 전철역을 향하던 발걸음에 매번 미친짓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밤새도록 작은 불을 켜놓고 그를 들여다보면

그의 눈은 감아도 검었다

검은 눈, 검은 눈, 검은 눈

작은 하꼬방 사무실에 앉아 해사(海沙)를 뿌려 엽서를 만들었다

신청곡: 아리랑 싱어스의 dark eyes 부탁합니다.



풀을 칠한 엽서에 해사를 뿌리면, 규사가 반짝이던 바닷모래는 풀칠의 면적만큼

도톰하게 달라붙었지

긁으면 힘도 없이 우수수 떨어지던 모래알갱이,

그를 향해 힘없는 풀칠을 하던 손을 떠올렸지 어디에다 나를 붙여 놓을까......

아무것도 확실한게 없었는데,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만 죽으라 믿었던가?





지금 들춰보면

페이지는 없고 노래는 여전하다.



검은 눈,

 

검은 눈,

검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