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철길 옆에서

황금횃대 2004. 7. 20. 17:20

철길 옆에서



1.

철길 옆에 살면서도 아이는 둘이니 참 용타
얘야, 그 때는 피임약이 없어서 그랬지만, 요새는 피임약이 있지않니?


2.

해질 녘, 기차 바퀴의 마찰음을 들으면 무엇이 자랐던가
달빛 맞을 달맞이꽃이 조금씩 입을 열고, 얼굴을 열고, 가슴을 열어 열매를 준비하던 곳
한 티끌이라도 낙조에 제 모습을 빛내던 철길 옆에 억새가 무거운 솜덩어리 머릴 가는 대궁에 의지한 채 흔들어 대던 곳

채종유, 달맞이꽃 기름은 고소하기가 이를데가 없다며?


3.

대구, 신암아파트 오래 된 건물 밑에도 철길이 누워 있었지
겨울이면 돌멩이로 '올케바닥'이란 놀이를 하였는데
철길 그 끝없는 레일 아래 자갈이 지천이였지
멀리 차가 오는가 안오는가 확인을 하고는 돌멩이를 주웠어
납작하고 도톰한 돌멩이...

그걸 주워서 저고리 앞섶에 싸가지고 오는거야
그리곤 나만 아는 장소에 저장 무처럼 묻어 놓고 놀이를 할 때마다 꺼내서 쓰곤 했지..

그 친구의 이름은 꼭지이고, 말자이고, 끝순이고..다들 아들 동생을 바라는 슬픈이름이였지..
보물...겨울 짧은 한 나절 걸어가 주워온 돌멩이들..
어릴 때 보물은 그런 거였지, 돌멩이, 구슬, 딱지....


4.

아직도 그렇게 우스개 하는 사람이 있어
철길 옆에 옥수수 잘 자라느냐고?
아이는 우째 둘 밖에 없느냐고..

그럼 나는 또 변함없이 이렇게 대답하지

옥수수는 여전히 잘 자라고요
아이는..둘 밖에 없어도 충분하네요


5.

남향을 하든,
북향을 하든,
내가 바라보는 기차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먼지처럼 후~ 불어 버리는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