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써글픈 농사꾼

황금횃대 2006. 11. 10. 19:23

몸도 마음도 발바닥이다.

발바닥 밑에 신발바닥도 살아가는 마당에

까짓 컨디션이 발바닥이면 그것도 다행이라는 사람도

있을거다.

 

그래서 아무 것도 쓰지 않는다

일기도 메모도 심지어 가계부도.

 

볼펜을 맘에 드는 것으로 샀다

문종우에 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첫마디에

'농사 끝났는데도 와이리 힘이 들꼬'하고

또박또박 썼다.

 

아침에는 등때기 아픈 것이 좀 완화될까하여

요가를 하고 왔다.

누워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등짝이 짜개지는 것 같아 털퍼덕 눕고 말았다.

 

집에 오니 그저께 뽑아 놓은 무우가 산더미다

차고에 포장깔고 쌓아 놓고 덮어 놨더니

어제 저녁 아버님이 뭐라하신다

 

오자마자 부엌칼 들고 나가 무와 무청을 분리한다.

어머님도 몸이 안 좋으신지 한참 뒤에 나오셔서

무청을 엮으신다

하시면서 끙끙 앓는 소리를 하신다

무를 다 잘라 큰 비닐에 넣고, 자루에 넣고 물통에도 넣고..

그렇게 무를 갈무리 하고는 무청을 다듬는다

속고갱이 따로, 겉잎사구 억센것 따로

그렇게 무청을 엮는데 고스방이 밥 먹으러 왔다

어머님도 점심 드시러 들어 가시고

남은 무청을 나와서 내가 엮는데

시집 와서 해마다 무청을 어머님이 엮으셔서 나는 한 번도 안 해봤다.

 

짚을 묶어서 세 등분을 하고

엇갈리게 넘기면서 시래기를 엮어가는데

짚이 짧으니 엮어 가면서 새 짚을 덧대여 나가야하는데

어머님 수월하게 하셔서 나도 뭐 저렇게 하면 되려니했더만

해보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고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기껏 용써서 묶어서는 매달라고 들어올리니

시르륵 중간 부분이 떨어져 뚝 끊어졌다.

 

 

 

어째어째 겨우 짧막하게 두 갓 묶어서 마구에 매달아 놓고는 청소를 한다.

어머님 묶으신건 맨드름하니 짚 터럭도 없는데

나는 대엡따 힘만 줘서 시래기는 다 치이고

짚 맺음은 허수룩해서 조금만 바람불면 곧 풀릴 것 같다

거기다 뒷면을 보니 왠걸

온통 시래기와 짚뿍대기가 같이 묶어져서 엉망이다.

 

에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거 하나도 제대로 못 묶는기

좆도 모르면서 여태껏

"사는기 말이야...말이야..."험씨롱

입수구리 윤이 나도록 지끼 싸았으니.

 

이후

나는,

시래기다발 맨드롬하게 묶기 전까지는

한 자도 안 뚜두릴텨.

 

 

살수록

입만 살아서는... 아뿔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