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글픈 농사꾼
몸도 마음도 발바닥이다.
발바닥 밑에 신발바닥도 살아가는 마당에
까짓 컨디션이 발바닥이면 그것도 다행이라는 사람도
있을거다.
그래서 아무 것도 쓰지 않는다
일기도 메모도 심지어 가계부도.
볼펜을 맘에 드는 것으로 샀다
문종우에 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첫마디에
'농사 끝났는데도 와이리 힘이 들꼬'하고
또박또박 썼다.
아침에는 등때기 아픈 것이 좀 완화될까하여
요가를 하고 왔다.
누워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등짝이 짜개지는 것 같아 털퍼덕 눕고 말았다.
집에 오니 그저께 뽑아 놓은 무우가 산더미다
차고에 포장깔고 쌓아 놓고 덮어 놨더니
어제 저녁 아버님이 뭐라하신다
오자마자 부엌칼 들고 나가 무와 무청을 분리한다.
어머님도 몸이 안 좋으신지 한참 뒤에 나오셔서
무청을 엮으신다
하시면서 끙끙 앓는 소리를 하신다
무를 다 잘라 큰 비닐에 넣고, 자루에 넣고 물통에도 넣고..
그렇게 무를 갈무리 하고는 무청을 다듬는다
속고갱이 따로, 겉잎사구 억센것 따로
그렇게 무청을 엮는데 고스방이 밥 먹으러 왔다
어머님도 점심 드시러 들어 가시고
남은 무청을 나와서 내가 엮는데
시집 와서 해마다 무청을 어머님이 엮으셔서 나는 한 번도 안 해봤다.
짚을 묶어서 세 등분을 하고
엇갈리게 넘기면서 시래기를 엮어가는데
짚이 짧으니 엮어 가면서 새 짚을 덧대여 나가야하는데
어머님 수월하게 하셔서 나도 뭐 저렇게 하면 되려니했더만
해보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고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기껏 용써서 묶어서는 매달라고 들어올리니
시르륵 중간 부분이 떨어져 뚝 끊어졌다.
어째어째 겨우 짧막하게 두 갓 묶어서 마구에 매달아 놓고는 청소를 한다.
어머님 묶으신건 맨드름하니 짚 터럭도 없는데
나는 대엡따 힘만 줘서 시래기는 다 치이고
짚 맺음은 허수룩해서 조금만 바람불면 곧 풀릴 것 같다
거기다 뒷면을 보니 왠걸
온통 시래기와 짚뿍대기가 같이 묶어져서 엉망이다.
에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거 하나도 제대로 못 묶는기
좆도 모르면서 여태껏
"사는기 말이야...말이야..."험씨롱
입수구리 윤이 나도록 지끼 싸았으니.
이후
나는,
시래기다발 맨드롬하게 묶기 전까지는
한 자도 안 뚜두릴텨.
살수록
입만 살아서는... 아뿔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