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다리 만난 인생
고스방의 다리는 아직도 완벽하게 일자로 뻗어지질 않는다
어디 스타킹 선전에 다리만 빌려주는 모델자리 없냐구 맨날 주워섬기더니
엉거주춤허게 뻗은 다리를 보더니 그 말이 쑥 들어갔다.
자기 몸에 대해서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성격이라
맨소래담 로션을 펴 바르고, 저주파 치료기를 붙이고, 찜질팩에 전원 스위치를 넣고하는
모든 번거로운 일들을 알아서 한다. 단지, 그 일을 할 동안 우짠일인지 고스방은 뜨거운
물수건을 기억해 내고 찾아쌌는데, 나는 전자렌지에 일분간 띵~ 돌린 물수건을 갖다
주는 그 일이 가끔은 귀찮아지는 것이다.
어제는 점심 먹으러 들어와서 예의 그 다리 바지가랭이를 걷어 붙이더니 하는 말,
"이제 양쪽 다리 굵기가 비슷해졌나?"
내가 보기에는 첨부터 양쪽 다리 굵기가 비슷했고만.
"오늘은 내가 주차장 계단 오르내리기를 몇 번 했지"
"다리 아플낀데 살살 하지 말라꼬 몇 번씩이나 했으요?"
"여편네가 말이야 잣지도 못한다고 에지간히 구박해야지."
"내가 언제 구박했다고 그러씨요. 나는 단지 잣지도 잘 못한다고 한 마디 한 것 뿐이네"
고스방도 참 그렇다
잣지도 못하면 영 못 자을것도 아닌데 소심하기는.
그것만 봐도 고스방이 그 <잣는 일>에 얼마나 인생의 많은 부분을 걸어 놓고 사는지를 알 수 있다
잣지도 못하는 스방 앞에 여편네는 또 어떤가.
지난 달 생리 끝나고 조금씩 시작된 하혈이 한 달 내도록 질질 끌더니,
새로운 달의 생리가 고만 시작된 것이다.
잣지도 못하는 스방과
다음달 돌시가 되도록 장마통을 만낸 여편네가
참말로 구들장이 식어가도록 헐 짓이 없어
긴 긴 밤을 등돌리고 잔다네 에혀.
졸지에 쪼다리 만난 인생이 됐네 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