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엄마의 시스템

황금횃대 2006. 11. 22. 23:55

엄마의 시스템 1.

 

 

빨래를 걷어와 옷을 개요

식구가 여섯이니 옷 무데기도 여섯개입니다

거기다 수건 한 무데기, 양말 한 무데기 행주 한 무데기

좁은 방안은 순식간에 빨래무데기가 패총처럼 생겼세요

거기다 특수 옷이 있습니다.

이름하야 브레지어

그건 마주 엎어 끄내끼를 엎은 공간 속에 꾸셔넣고 옷 위에 올려놓으면

떼뚱하니 얹혀 있다가 조금만 건드리면 띠구르르 속에 꾸셔넣은

끈들을 시르륵 흘려버리며 굴러 떨어지지요

 

요새 그 속옷은 대개 가슴받이용으로 일명 <와이어>란 것이 들어 있는데요

그게 처진 가슴을 바짝 잡아 주어서 가슴 모양을 이쁘게 만들어 준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근데 살림을 깎아 놓은 알밤처럼 짭질받게 사는 아지매들은 이런 특수 옷을 대개

손빨래합니다 그러나, 나 같은 날라리 아지매는 무조건 세탁기행입니다.

 

더러 후드티셔츠 모자끈하고 이 속옷의 끈과 작은 철사고리들이 서로 붙잡고 돌며

날리부르스라도 치게되면 어찌나 떨어지지 않고 너저븐하게 매달리고 꼬이는지

한물간 제비가 어리숙한 여편네 물은 것처럼 질기기가 나이롱빤스의 노란고무줄이야요

 

그런데 그런거 이야기 할려는게 아니구

내가 딸 하나 낳아서 저나 나나 어지가히 덩치가 비슷해졌걸랑요

솔직히 말하자면 내 가슴은 쪼그라들어서 이제 A+ 로도 남아돌아 A++ 사이즈를 착용

해야할 만큼 그 수세가 몰락한 나라의 공주꼴인데, 이제 막 피어나는 딸아이는 대문자 B를 넘어서

대문자 C사이즈에 도전장을 처억 냅니다 보란듯이. 흐억, 숨막힙니다.

 

그런데도 왠일인지 빨래를 개다보면

그 특수 속옷의 갈 길이 양분됩니다.

끈 늘어지고 모양이 찌그러진 오래 사용한 것은 내 옷 위에 얹어 놓고

마악 피어나는 튜울립꽃처럼 빵그라니 이쁜 것은 딸래미 옷 개킨 것 위에 얹어 놓습니다

빵그란 딸아이용은 자주 띠그르르 굴러 밑으로 떨어지지만

신경질도 내지 않고 그걸 다시 마주 접어 끈을 꾸셔넣고는 올려 놓아요

 

엄마란,

딸년 늘어진 속옷 절대 입지 않겠다고 입으로 나발을 불었어도

손이 저절로 분류를 그렇게 해 버리는 시스템을 가진지라.

도대체 이런 시스템을 심어 놓은 그대

누구시랍니까 예?

 

 

 

 

엄마의 시스템 2

 

김장을 했어요

농사지은 것 한 칠십포기쯤 절였나봐요

따뜻한 물에 소그풀어 절었더니 한밤중에 다 절여져서 다 씻고 나니 두시 반이예요

그걸 물 빼서 양념 버무려 넣고 김치 냉장고 채우고 나니 한 말들이 김치통에 또 한 통이 나오고요

예닐곱쪽이 들어가는 푸른뚜껑 사각 김치통에 가득 두 통이 나오고요, 또 네 포기가 남았세요

 

나는 네 쪽 남은 것을 비닐팩에 싸서 작은집에 맛 보라고 전해 주려고 포장을 해놨는데

어머님이 플라스틱 사각통에 있는것을 주래요

그 집도 닷새후면 김장을 하지만 그간 맛도보고 먹기도 먹으라고 준다하시더니

어제 대구에서 아즈버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그 집은 요즘 좀 안 좋아요

망나니같은 아즈버님이 울 형님을 얼마나 들들 볶아 쌌는지 형님이 못 사시겠데요

볶는게 그냥 잔소리 정도가 아니고 사람이 어떻게 맨정신에 저리할 수 있울까 의문이 드는

그런 개차반 모드를 보이는지라

이번에는 이혼까지 고려를 하신다는 겁니다

형님 인생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그리하시라 싶습니다.

얼마전 형님과의 통화에서 형님은 김장을 안 할거라고 말을 합디다

그래서 그려냐고..하며 난 대답만 덜렁하고 말았는데

학교 사험감독하고 집에 왔더니 네 쪽 담아놓은 비닐봉다리를 막내 시동생에게 주신거예요.

그래서 내가 왜 사각통 주신다더니 작은 걸 주셨어요? 하고 여쭈었죠

그랬더니 어머님.

 

'낼 모래 대구 oo아빠오면 주려구...내가 남겨놨다"

 

집구석에서 하는 짓은 그렇게 미울 수 가 없는데

그런 아들도 아들이라고 김치 보낼 생각에 김치통의 크기을 바꿔버리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의 시스템.

 

부러 어머님한테 여쭤보았죠

"왜 작은 김치 보내신다던.."했더니

막내네는 며칠 뒤 김치 담근다고 했으니..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엄마의 시스템은 언제쯤

자신을 선택 순위 1순위에다 얹어 놓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