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내 복이 어디 가겠어?

황금횃대 2006. 12. 6. 15:42

 

부침개 소쿠리 완샷!

 

 

조기어르신

 

 

산적 부인

 

 

동그랑땡 딸래미

 

 

표고버섯 시누이

 

 

 동태 삼촌

 

 

고구마 당숙

 

 

누르미 시고모

 

 

 

야채전 삼총사 - 미나리 쪽파 배추

 

 

 

 

오늘 밤은 시할머니 두 분중 첫째 부인이신 강구실 할머니 제사입니다.

새벽에 어중간하게 고스방이 찝적대는 바람에 잠깼다가 다시 자서 아침에 늦잠을 잤더래요

일곱시 사분에 일어나 딸 깨와서 시래기국에 밥 말아 밥그릇을 들고 옷 갈아 있는 방에 가지고 가서

떠 먹입니다. 유치원생이 따로 없습니다. 여기에 고스방은 한 술 더 떠서 머리감고 말리는 딸래미 뒤에 붙어서서 드라이기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머리카락을 말려줍니다.

옛날에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늦게 일어났다고 잔소리하며 신경질을 팍팍 냈는데 이즈음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딸래미 밥 안 먹고 학교 갈까바 설설 겁을 냅니다. 시래기국에 밥 먹고 가는 것을 보고야 안심입니다.

 

고스방 씨러 가길래 내가 한 마디 했습죠

"거봐요. 어중간하게 잠을 깨와서 늦잠을 잤잖여"

"그래서 그런기 아이고 어젯밤 무말랭이 다 꿰어 놓고 잔다고 너무 늦게 자서 그래"

 

왠일인지 나는 요새 피곤해 죽겠습니다. 어제 아침에 요가를 하러 갔는데도 몸이 영 뻐덩뻐덩한게

하면서도 식은땀이 빠직빠직나는게 조시가 좋지 않았구만요. 아니나 다를까 저녁 내도록 찌부덩하더니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것도 못보고 잠이 들었지멉니까.

머잖아 나도 고3에미가 되는데 그 만만찮은 에미 노릇할려면 우선 체력이 앞장서 줘야 할 판인데 지금부터 이려면 큰일입니다.

 

늦게 일어나 후다닥 아침을 먹고 치우고는  또 시장을 봐와서 제수음식을 준비합니다.

배추부침 이런거는 잘 먹지도 않하는데 그냥 옛날부터 하는 거라구 합니다.

준비하는 것도 종일 서서 부침개 굽는것도 여간 힘들지가 않아요. 속으로는 아버님께 달려가서

"제사 음식좀 간단하게 해서 지내입시더"하고 주청을 드리고 싶더만 또 그러질 못하고.

 

이제 겨우 부침개 다 구워놓고 시금치 삶아 놓구선 콩나물 앉혔어요.

끓을 동안 잠시 쉽니다.

 

나는 뭐 빠지게 만들어서 가지런히 놓아 두었지만, 사진 구경하는 사람들은 침좀 흘리것습니다 ㅎㅎ

 

 

참,

조기를 구을려고 다듬는데 속에 내장을 빼야 하잖여?

내장 꺼내는데 알이 한 뭉테기 나오는 거라요

조기 구으면서 커다란 알 뭉테기 노릇노릇 구워서 머스타드 소스 찍어 낼름 내 입으로 쏙 집어 넣었세요.

옛날 사람 봤으면 기겁을 할 노릇이지요?

조상님 음식은 먼저 먹으면 안 된다고 간도 안 보고 제사 음식을 장만했던 시절이 있었더랍니다.

 

그라고 또 옛날 이야기 하나.

 

옛날 옛날에 딸 가진 아버지가 있었세요.

다른 딸들은 그냥그냥 사는데 유독 둘째딸은 떵떵 거리며 잘 살아요

아버지가 그 딸집에 찾아 가설랑 대문을 두드리니

마당에 개가 컹컹 짖으며 어실렁거리는데 영감님이 가만히 들어다 보니 개한테 복이 더럭더럭 붙었는지라

 

'아가야, 저 개를 좀 잡아다오. 내가 먹을란다"

영감님은 개가 먹고 싶은게 아니고 정작 개에게 붙어 있는 복이 먹고 싶었던게지요

 

둘째딸이 개를 잡아 푹 고아서 아버지 떠 드릴려고 휘휘 젖고 있는데

고깃국 속에 뭔 실꾸리모양의 고기가 눈에 띄더라는 것이예요

그래서 딸이 그걸 낼름 건져서 먹었답니다.

 

아버지가 딸이 떠 온 투가리를 휘휘 저어 보는데 아무래도 복이 보이덜 않아요

이리 젓고, 저리 젓고...뒤적뒤적 하는걸 딸이 보았세요.

"아버지 뭘 찾으세요?"

그러자 아버지가.

"내가 이집에 들어오는데 개가 복이 덕덕 붙었기에 그 놈의 복을 내가 먹을라고 지금 찾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구나. 아가 니가 국 솥에 손을 댔더냐?"

"아 예, 국을 푸는데 뭔 실꾸리모양이 둥둥 떠서 제가 먹었는데요.."

 

'아뿔사. 그게 복이구만. 세상에 복이란게 눈에는 띄여도 내 것을 만들기는 이리도 어렵구나 쩝..'

 

나는 오늘 조기 뱃속에 있는 알 한 뭉테기를 <내 복>이라 생각하고 먹었습니다.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