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저무는 한 해

황금횃대 2006. 12. 22. 09:42

 

 

일년이 저물어 갑니다.

동쪽 창으로 떠서 서쪽 창으로 지는 해야 매일반 어제의 해요 오늘의 해요, 또 내일의 해이겠지만

사람의 각오는 매양 틀립니다 그려.

올해 초 금연을 결심해서 오늘까지 이어 온 사람에게는 떳다 지는 삼백육십오일의 해가 여사로 여겨지진 않겠지요? 그야말로 떠 오르는 해의 마빡에 <대견>이라는 이름표가 떡하니 붙어 있는 그런 햇님입니다.그리고 올해 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사람들에게는 저 해가 하냥 아프게 떴다가 내처 아픔으로 가라앉는 그런 해였겠지요. 저는 뭐 늘상 그렇듯이 무덤덤합니다.

 

올해도 찬바람 불기 시작하자 뜨게질을 시작했어요. 손가락에 털실을 걸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하거등요

수박색 털실로 쉐터를 짰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후딱 뒷판 짜 놓고 앞판 두 장 뜨고 소매 뜨면 금방이겠다 싶었는데 병원이며 행사며 때문에 제법 걸렸습니다. 그러나 오늘 마감 바느질만 하면 다 뜹니다.

지퍼를 달고 스팀을 살짝살짝 넣어가며  모양을 펴주면 따뜻한 손뜨게 스웨터가 완성됩니다.

일년 동안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께 선물할 거예요.

여름에 부산 언니가 저에게 사랑의 뜨게질로 볼레로를 만들어 주었듯이 나는 그 갚음을 또 다른 사람에게 합니다. 사랑은 이렇게 돌고 도는 겁니다.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이라고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해도 돌리시고 달도 돌리시는 사랑이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ㅎㅎㅎ

 

병원 갔다 온 후 집에 오니까 젤로 반가워하는 건 우리집 강쉐이가 아니고 고스방입니다.

오십이 내일로 엎어졌는데도 혼자 자면 무섭다는 고스방. 꿈에 귀신이 나오고 쫒기는 꿈을 꾸며 혼자 가위눌린다고 궁시렁거립니다. 그런데 절간 문에 버티고 선 사대천왕같이 우락부락한 여편네가 집으로 돌아오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물고 빨고 하더니 이런...감기를 옮겨놨습니다. 쩝.

밤새도록 목이 따가와 수건을 목에 동여매고 자고 일어 났더니 날보고 하는 말이

<오호, 요새는 희안한 목걸이를 하고 댕기네>

속으로 그걸 농담이라고 하냐? 싶어서 <결혼하고 목걸이 선물 하나 들어오나 싶어 눈구멍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없기에 이젠 수건이라도 걸고 댕길려고>했더니, 그 디러운 성질이 어디갑니까? 팩, 하고는 목욕탕으로 씨러 들어갑니다. 그러게 본전도 못 찾을 말로 왜 사람 심사를 건디린디야 건디리긴....

 

오늘이 동지라지요?

동지가 음력으로 보름 안에 있으면 애기동지라고 팥죽을 안 쑤어 먹는데요. 그래서 엄니랑 나랑 어제 밤을 많이 까서 오늘 찰밥을 해 먹을라고 합니다. 지금은 팥과 울타리콩을 삶고 있어요.

 

이럭저럭 즐거운 마음으로, 혹은 위로를 받고 싶어서 열심히 블로그에 와서 글도 쓰고 다른 분들과 교류도 했습니다. 그 쌓인 세월을 손가락으로 이젠 세어 볼 수 도 없게 되었네요. 많은 분들을 알게 되어서 저도 기쁘고, 저 역시 그 분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합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