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7. 1. 1. 20:12

 

 

 

새해 첫 날,

남편에게 근사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씻고 있는 고스방 등때기에다 방구를 선사했다.

남편은 비누거품을 잔뜩 머리에 감아부치고는 내쪽으로 돌아보며 째려봤다

그리고선 하는 말이,

여편네가 정초부터 해긋는 짓이 밥맛 떨어진대나

눈을 감고 그 말을 해야하는데 째려보니라고 눈을 오래 뜨고 있어 비눗물이 눈에 들어갔다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한다.

모름지기 마흔다섯쯤 된 여편네의 행동들은

매사에 감동을 줘야한다.

 

새해가 되었다고 전화기로 복이 마구 배달된다.

땡큐!

 

일월에는 근사한 스케쥴이 많이 잡혀있다

그러니까 1월 4일에는 제주도로 간다

아니 완도에 가서 배를 타고 가니까 완도 먼저 갔다가 5일에 제주에 닿겠다

거기서 환상적으로 쉬다가 일요일인 7일쯤에 집에 온다.

 

1월 10일에는 동네부녀회에서 지리산으로 온천관광을 간단다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온다.

이렇게 놀다보면 일월도 1/3이 지나간다

 

내일은 메주를 만든다

저녁에 콩을 씻어 가마솥에 앉혀 놓았다

콩 두 말 쑤면 메주 다섯장 나온다

청국장도 좀 띄워야지

청국장 구수하게 끓여서 김치 얹어 먹다보면 일월의 2/3가 다 간다.

 

일기를 써야지

오늘 나는 아침 일곱시에 일어났다 어쩌구저쩌구로 시작되는 첫 날 일기.

이제는 새로운 계획같은 거 세울 일도 없으니 머리가 복잡을 일도 없다

그저 가계부 월별 행사란에다 제사며 생일이며 기념일을 써놓고

올해는 허리띠 졸라매고 좀 누추하게 살아야겠다라고 다짐을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또,

1월 22일은 고서방과 내가 결혼한지 십칠년째 되는 날이다.

오래 살았다..그만하면

이민영은 결혼하고 이틀만에 이혼을 결씸하지 않았는가

속사정이야 어떻던 간에, 여자를 때리는 인간은 지구를 떠났으면 좋겠다.

얼른 몸 추스려서 힘내서 잘 살았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다.

장난이라도 사람을 때리는 사람은 멀리하자. 이것이 내 생각이다.

 

이제 고스방이 들어오면

마악 섞어 놓은 콩나물 밥을 건네며

아침에 받은 선물이 탐탁찮으면 이 콩나물 밥은 어떠냐고 물으며

김을 부셔서 콩나물밥 담긴 대지비 위에 놓아 주자

그러면 고스방은 방구선물은 까마득히 잊고서

맛있는 양념장을 떠 놓고 밥을 썩썩 비벼서는

입 아구리가 터져나가도록 한 숟갈 미어지게 떠넣을 거다 맛있게.

 

하루가 간다.

 

 

<달력을 만드느라 몰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