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부녀회 나들이

황금횃대 2007. 1. 10. 22:25


 

 

오늘은 동네 부녀회 아지매들하고 지리산 온천 관광 다녀왔세요

제가 동네 부녀회 총무를 맡고 있걸랑요

할매들 입들이 얼마나 다중적인지 겪어 본 사람들은 알거라요

치자면 조각배 하나에 사공은 열댓명이 됩니다.

"모욕은 지리산 모욕탕에서 하면 되는데 이왕이면 삼천포도 들렀다가 메루치라도 좀 사서 오자"는 둥

"거개 가봤자 싼거 하나도 없고, 회 안 묵을라카만 말라꼬 거개까지 차 지름 들여서 가노 모욕이나 푹 하고 오자"는 둥

"할마이들 한테 물어보고 가는대로 가는 거지 뭐. 물어봐"라고 말하는 사람...

 

부녀회라 캐봤자 서른 남짓인데 의견을 말하라 하면 귀가 쟁쟁합니다.

그러면서 유형별로 보자면.

누가 이렇게 하자면 꼭 토를 달고 반대하는 사람.

하도 반대를 해서 이야기 해보라면 내가 뭐라고 말해 다른 사람 하자는대로 하지 하는 사람

하여간 말도 많고 아는 것도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겠습니다.

 

여덟시에 출발한다고 이장님한테 엊저녁에 방송까지 부탁했습니다

 

"마산리 부녀회 여려분 이장입니다 에헴, 내일 아침 여덟시 동네 회관 마당에서 지리산 온천으로 부녀회 야유회가 있사오니

준비 하셔서 나오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장님은 장모님이 편찮으셔서 못 가신대요

"이장 장모 아프면 딸은 있고 이장만 가면 되자나 마누래가 어무이 돌보면 되지"

"집에 어른이 편찮으신데 가겠나? 그라면 진경이엄마가 이장 집에 함 가보고 와"

진경이 아지매가 뚱둥한 몸을 날려 이장집으로 씩씩 거리며 갔다오더니

"장모 아푸다 카디 밥상들고 왔다갔다 하던데?"

"거봐 가기 싫으니까 구실을 붙이는거지"

"에고 가기 싫은 사람 말라꼬 델고가노 그냥 가고 싶은 사람만 가"

 

정말 말 많습니다.

 

목욕하고, 밖에 나와 조껍데기 술과 도토리묵 무침으로 광경이 아저씨가 한 잔 하시네요

술 저렇게 마시면 안 좋은데 그래도 워낙 술을 좋아하니 어쩔 수가 없어요.

다들 차에 올라타고 이제 놀자...합니다.

음악은 뿡짜작짝짝하고 크게 울리지만 쉽게 통로로 나와 놀지 않아요

몇 몇이 마지 못해 소줏병 들고 나와 한 잔씩 권하며 안주로 오징어 진미를 갖다 엥깁니다.

몇 순배의 술잔이 차의 진동에 맞춰 이리저리 흐릅니다.

그러자 할매들, 아지매들이 나와 니나노 지금 못 놀면 언제 노나 ..하면서 춤을 춰요

 

아...정말 사람 없습니다.

내 시집와서 처음 놀러 갈 때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버스 통로에 나와서면 엉덩이가 부딪쳐 춤 추기도 힘들었어요

아무에게나 춤에 추임새를 잘 넣어주던 세호 아저씨도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한 번 마이크 잡았다면 헉헉 거리면서도

빠른 리듬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선익이 아저씨도 없습니다.

버스 바닥이 둘러 꺼지도록 쿵쿵 발자욱을 뛰어가며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시던 박장군 아저씨도 이젠 더이상

우리 동네 관광버스에 타지 않아요.

그렇게 저렇게 노인들은 이제 버스 탈 형편도 안 되니 포기하고, 저세상으로 먼저 간 사람들은 또 그래서 못 타고

사십오인승 대형 버스에 스물 두명이서 게우 타고 다녀옵니다.

 

일 하는데도 사람이 많으면 일이 수월코, 회관에서 밥 한 술 해먹어도 사람이 많으면 북작북작 운집이 달아

간장 종지에 숟가락 적셔 밥 한 술 먹을 지언정 달고 답니다. 그러나 사람이 줄어가니 그도저도 맥이 빠집니다.

 

술을 연거푸 받아 먹던 뒷뜸에 아지매가 술이 너무 취해서 버스 바닥에다 오바이트를 합니다.

어이구....휴지 가져와서 닦고...그런건 이 총무가 다 해야합니다.

 

술을 먹어도 좀 자기 몸 가눌 수 있게 먹으면 좀 좋아요? (어 찔끔...나도 연말에 좀 과하게 마신적 있습니다 헤헤)

 

기념품으로 광한루 들렀을 때 남원칼 만들어 파는 집에서 만팔천원주고 식칼 한 자루 사고요

엄니께서 전에부터 칭이, 칭이..하시기에 곡식 까부리는 키 하나 사서 왔습니다.

중국산인데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