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그 때 칼럼으로 시작해서 블로그로 어느 순간 전환이 되었는데
몇 년 동안 여기저기에 흩어 놓았던 것들을 모아 놓는다고 칼럼을 만들었재요
첨에는 갖다 욍기 놓니라고 정신이 없었세요
그러다 어지가히 갖다 욍기 놓구서는 일 있을 때마다 살아낸 이야기 안 잊어 먹을라고
미주알고주알 쓰다 봉깨 이렇게 많이 쌓였세요
들춰보면 치마 속 누추한 속고쟁이처럼 민망한 것들이 많은데 어쩌것어 이미 세상 밖으로 나와버린 것을.
주워 담을 필요도 없고, 새삼시리 때수건 들고 박박 문땔 것도 없는 생이여.
매일 착실히 주끼면 일기도 따로 쓸 필요가 없이 좋겠구만 그것도 매달리면 피곤한 일이라.
어제 블로그 도배하고 수박색 쉐타 입은 애인도 앉혀 놓느라고 하루 문 닫았더만
왜 무슨 일이 있세요? 하며 전화로 물어 보는 사람이 네 사람이라.
애인 델다 놓니라고 그랬세요...하고 이유를 말씀드립니다.
블로그가 참말로 뭐간디 비공개로 해 놓으면 뭔 일있냐? 하고 묻게 되는거 보면
어지간히 여개다가 다들 신경을 쓰는 모냥이여. 나 역시도 없으면 모를까 시간이 있으면야 자주
들다 보게 되재요.
정말 마음이 한결같고 정갈한 사람들은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첫 마음으로 블로그를
대하게 되지만 나같은 날라리는 뭣이든 오래하면 좀 지겨워요.
짜드라 업데이트할 내용도 점점 없고보면 양심이 조금 찔리지요
매일 들락거리신 분들은 상순이집에 후라이판 색깔이며 자주 쓰는 접시에 젓가락 무늬까지 알 정도이니
같이 사는 서방 성격이나 아이들의 생김새, 사는 꼬라지하며..정말로 내집 마당에 심어 놓은 나무같이
환하게 그 형편을 아시겠고, 혹간 들리시는 분들은 이 여편네가 요새는 대략 뭘 하고 심심소일을 할 것인가 이런게 감이 잡히시재요.
그렇습니다.
맹 사는기 윗돌 빼서 아랫돌 공구고 살고, 또 급하면 아랫돌 빼서 윗쪽에 공구며 삽니다.
그러니 돌미만 왔다갔다 할 뿐이지 맹 그 비릉빡이요, 딴에는 느끼고 감동 묵었니 어쩌니해싸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흔 넘으니 승질만 늘어진 빤스 고무줄 처럼 되는기 아니고 감성과 느낌이 모두 그렇게 오뉴월 개샛바닥처럼 척척 늘어져서 글을 써 놓고 보면 참말로 이기 뭔 짓인가 하는 때가 많아요
그러나....혹가다 뭘 잘못 먹은날은 반짝 감성이 빛날 때도 있어요. 인생 정말로 고리타분하게 되었지만 어쩌것어요 남은 날도 어쨌던 살아야 항깨로.
한 삼년 더 버팅기면 이천일야화란 말도 나오겠네요
ㅎㅎㅎㅎ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인연의 고리들이 스쳐 갈라는지
자글랑자글랑 소리를 내면서 말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