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치사한 운자씨

황금횃대 2007. 2. 9. 08:37

지난 달 스무 이틀, 결혼기념일에 고스방이 송어회를 떠가지고 불라리 집으로 가져왔다

응근 외식을 기대하고 저녁을 굶고 있었던 내게 늦은 시간 송어회는 쥐약이였다

한 점, 한 점, 된장찍어 한 쌈씩 싸먹는 송어회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쩌어기 신라호텔 중식당 짜장면 보다 맛있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며칠 전부터 고스방에서 <내가 돈 낼테니 송어회 좀 사다 주면 좋겠는데..>하며

눈꼬리에다 웃음을 맹글어가지고 살살거렸다. 아, 어부인이 먹고 싶다면 그 길로 달려가 사주는

뭐 그런 충성은 바라지 않더라도 한 이틀 조리질하다가 이쯤이면 되겠다 싶은 시점이 있는거 아녀

그 때 사다주면 나도 좋고 먼데 사는 매부까지 좋을낀데 고스방은 그 열망이 시르륵 식어질 때쯤이야

게우 사다 준다.

어제 어머님 모시고 병원 다녀오는데 띨렐레 전화가 왔다

매곡 송어 한 마리집 전화번호 알려 달라고. 출발하면서 전화해 놓으면 회를 떠 놓으니 손님 태워다 주고 찾아 오면 된다구.

아이,전화 번호도 그래, 자기도 핸드폰 있겠다 공사삼에 일일사 눌러서 <송어 한 마리>식당 번호 물어보면 되잖여? 근데 꼭 마누래한테 물어서 해요. 그러니까 고스방은 알게모르게 와이프보이(이런 말이 있나?)가 되었는기라. 이러다 밤에는 이런 것도 물어보능거 아녀? 마누라 내 올라갈깝쇼? ㅋㅋㅋㅋ

 

병원에서 황간 도착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타박타박 걸어오고 있는데, 바로 그 시간에 고스방도

송어회를 떠서 부리나케 배달 한다고 터미널 모롱이를 마악 돌아나오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차를 세운다

"야, 타!"

길가던 젊은 놈이 창문 열고 저런 말 하면..쪼매 기분이 좋을라나?

하여간 여편네 심사도 좀 그려. 영감이 저러면 왜 이날 이때까지 야, 하고 부를까 싶어서 순간 머리꼭지에 불꽃이 튀지만, 에혀 하루 이틀 일도 아니구. 걸어 가는 것보다 그나마 요렇게라도 집까지 타고 가야지..대문 앞에 내려주면서 회하고 메밀묵 산거 뒤에 실어놨으니 가지고 들어가라고 뒷트렁크 문을 팅, 열어준다.

 

배 고픈차에 송어회는 맛있게 먹고, 저녁에 일 마치고 고스방 들어왔는데 그냥 헛인사 삼아 내가

이만원을 내어주면서 "송어값이예요"했더니 고스방이 시선을 사십오도로 비켜뜨면서 "짠돌이 여편네가 왠일이야?"하면서 돈을 챙기더니 지나가는 말로 "이만 육천원인데...."이러는거다

어이구 내가 육천원을 더 꺼내 엥기면서..속으로 그랬네.

'치사한 운자씨...'

 

 

그런거 사다 주면 잘 먹어주는 마누래가 여북 이쁘겠는가. 나같으면 돈 안 받는다 ㅎㅎㅎㅎ

그런데 운자씨는 안 그런다. 허기사 돈벌이가 신통찮으니 오십의 나이에도 저리 짜잘하게 돈을 받아챙기겠지. 나는 기분 좋게 돈을 꺼내놓구선 왜이리 또 아까운 마음이 드느냔거지. 나 역시 맨날 그러고 사니까 궁기가 몸에 배인거야

혼자서 베개 끌어안고 이생각 저생각을 하니 고스방이 받아 놓구서도 쪼매 미안한가 나를 흘깃보면서 눈치를 본다. 그래도 그 돈을 다시 되돌려주진 않네. 내 의도된 처음 생각이라면 저 돈이 지금 운자씨가 하는 한 마디 "돈은 됐어..."하며 내게 되돌려주는 것을 기대하고 선뜻 내지른 시추에이션이였는데 제길룡. 내가 물 먹었어.

다음에는 지갑을 열때 신중에 신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