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내일 날 밝으면 이장집 잔치래
이제 이런 촌구석에도 잔치에 음식한다고 잔치 전전날에 음식재료 사와서 따듬고 하는 일이 드물어
맹 살기 펜한대로 한다고 부펜가 뭔가를 하니 옛날 잔치상 차린다고 하던 음식이 많은데 그걸 만드는
방법들도 이젠 대물림이 안 되네. 달리 그런 전통이 전수니 뭐니 거창시럽게 되는기 아이고 그냥
잔치집이며 상갓집 돌다보면 지절로 눈에 익고 거들다 보면 손에 익어, 잔치 음식, 이러면 아모라도
이런 음식, 저런 음식 레파토리가 츠르륵 활동 사진 돌아가는거 맹이로 스스로 기억이 나기 매련인데
이젠 젊은 사람들이 그런 걸 통 모르니 만드는 방법도 자연 대가 끊길 수 밖에.
옛날 옛날 상순이가 시집 올 때, 이 심심 골때리는 촌구석 비디오촬영 아저씨는 부침개 굽는 날부터
와서는 비됴녹화 테잎을 돌렸겠다.
도시에야 결혼식하는 풍경 그거만 하나 시간 맞춰 규격에 맞춰 촬영하면 그것으로 끝이재만, 그 때
촌구석 인심은 그래도 퐁퐁 솟아나는 샘물처럼 정들이 넘쳤다.
이제야 돌려 볼 일이 없어 결혼식 비됴테잎이 어느 구석에 처박혔는지 알지도 못하나 아이 어릴 때는
그게 뭔 큰 일이라고(큰일이야 큰일이재 ㅎㅎㅎ) 자주 테잎을 돌려 자슥놈 무르팍에 앉혀 놓구선
엄마, 아빠 츠자 총각 때는 저런 모습이였니라니라니라 주문을 외며 웃어쌈씨롱 열심히 봤었재요.
첨에 비됴틀면 이런 화면이 나옵니다.
황간역 철도레일이 나오고 곧 이어 추억사진관이라는 제작사진관이 나와요.
옛날 고리적 울 시누형님 결혼식 사진 보면 추레한 초가 마당에 병풍 펴놓고 그 앞에 초례상을 놓고
신랑 각시가 사모에 원삼입고 찍었잖여. 그 사진 끄트머리에는 반다시 필림을 뭣으로 긁어 사진관이름
을 적은 표시가 있재요. 그라고 날짜도 꼭 적어 넣었더랬어요.
빛 바랜 흑백사진이지만, 그 필름 긁어 만든 날짜와 사진관 이름은 세월의 바램과 상관없이 하얗게 사진
귀퉁이에서 웃고 있습죠.
뭔 이야기를 할래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나? 하여간 내일 이장집 첫 개혼이여서 오늘 부침개를 굽는 이장집 마루와 안방, 그리고 부엌에는 발 딛일 틈이 없이 사람들로 북적댔어요.
마당 가마솥에는 뭉실뭉실 돼지고기 삶는 김이 피어 오르고 마당에 블록 몇개 놓고 빤데기 걸쳐 급조한
야외 테이블 위에 이장 아저씨 또래의 친구들이 소줏잔을 기울이며 잔치를 축하해 주고 있어요
몇 년전 비가 많이 와서 포도농사 피농을 하고, 농협 농자금도 못 갚아 실의에 빠져 이장님이 술로 초겨울까지 절어 살 때, 내일 시집가는 이 딸이 오백만원을 턱하니 내 놓아서 농자금빚을 갚았세요
얼마나 이쁜 딸입니까? 작년에 이장님 포도밭은 풍년이 들었세요. 두 내외가 넘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남의 포도까지 도지를 얻어 경작을 했는데 다행이 제값을 받아 포도돈을 많이 했어요
어려울 때 딸이 선뜻 해준 그 돈은 두고두고 부모님에게 고마운 일입니다.
아 자슥이 그럼 부모님 어려울 때 선뜻 아모 불편한 맘 없이 무엇이든 해 드려야지. 말라꼬 돈은 장롱 속에 꼬박꼬박 모은답니까? ㅎㅎㅎ 이러면 어느 한 구석에서 그러시겠져?
"야 이 예펜네야. 니나 잘 하세요"
내 시집와서 얼라들 어릴 때 넘의 집 잔치래서 거길 가 부침개 굽고 점심 얻어 먹고 또 뭣한 집에서는 수고 했다고 단체로 공중목욕탕까지 보내주었세요. 부침개 다 굽고 상 보내는 음식까지 장만하면 오후 서너시까지 부침개를 구웠거등요. 그러면 목욕 수건 챙겨서 동네 수긋한 아지매들과 묻어 목욕가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재요. 그게 뭔 큰 호강이라고 목욕가서 싸악 씻고 오면 참 개운하고 점심 한끼 내 손으로 안 채리고 건너뛴게 뭔 횡재를 한 것 같구 그랬네. 그 담날 잔치날에는 가방 보는 일이 있어요.
종일 만든 음식을 예식장 식당에 앉아서 손님들에게 담아 내는 일인데, 일찌그니 예식장가서는 힐끔 신부하고 신랑 얼굴 함 보고는 넵다 식당으로 가서 음식 담아낼 준비부터 했재요
분도고모는 오징어회무침 담아 내고, 민정이 할무이는 총괄을 하고, 대한이엄마는 떡 담고...그라고...그래 대추나무집 미느리는 뭐 하면 좋을꼬..
그것도 어느정도 살림에 손이 능숙하다고 생각될 시기가 되어야 가방보는 일도 끼워주지 안 그럼 그거 하고 싶어도 못 햐. 그렇게 잔치 전날 혼주집에가서 부침개 굽는 다고 하루, 잔치가서는 가방 보고 뒷정리 한다고 하루 해가 훌떡. 그런 다음에 내집 살림 손댈라믄 좀 낯이 설어. 꼴란 이틀 제대로 쓸고 닦고 안 했다고 그려. 사람이란게 알고보믄 요렇게 간사허네.
내일 황간역전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월드컵 컨벤션 웨딩홀로 잔치 간다네.
여기서 가는 시간도 있고, 그라고 가다보면 길이 콱 멕힐 수도 있응게 일찌감치 차 타고 간다네
오랜만에 서울에서 하는 결혼식이라...
나란 사람을 가마히 훑어보면 맹 뺀질이기질이라
그런 여편네답게 어디로 샐 궁리나 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