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7. 3. 13. 08:10

 

<해남의 아침>

 

 

 

며칠 만에 안온한 아침이다. 바람이 잦어 따사로운 햇살 들이치면 마당 쓸어 불 지피기 좋은 날이다. 닭장 안 물통을 뒤집어 엎어서 옅은 얼음물을 쏟아내고 나무에 물 주드키 호스로 달구새끼 물통 채워 주는 일도 해 볼만하다. 마당 틈바구니를 뚫고 올라오는 민들레 싹을 쪼그리고 앉아 쥐어 뜯어도 좋을 듯하다.

탱탱탱 경운기 소리에 삽작 밖으로 고개를 돌려 분도 아부지 몰고 오는 경운기에 이내마음 실어, 그 마음 들녁으로 같이 내 보내는 일, 그것도  생각만으로 가능한 아침이다. 마악 산만데이 넘어 온 아침해를 보고 살풋 눈을 위로 뜨면 속눈썹 위에 얹힌 먼지터럭이 빛나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아침이다. 아흐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