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또 잔치집에서

황금횃대 2007. 3. 17. 14:11

내일은 또 동네 조기태씨네 싯째아들 결혼식이래

아침 일거리 서둘러 해 치우고 세수하고 얼굴에 대애충 뭘 바르고는 휴대용 가스렌지와 후라이판

그리고 뒤집개를 꼭 챙겨서 보재기에 싸서 들고 가요.

얼매나 일찌기들 치우고 왔는지 아홉시 반에 갔는데도 벌써 현관 앞에서 겨울 쓸리빠가 가득이요

신발 벗어 놓은 모양을 한참 들여다봐요

골목 입구 들어가는데 벌써 고소한 기름냄새가 풍겨 나오네

"집 몰라도 지름냄새 따라가면 대번에 집 찾겠네"

내 뒤에 따라오던 민태식씨네 아지매가 째작째작한 목소리로 내 뒤에서 이야길 햐

뒤 돌아 보면서 인사하고 얼릉 둘이 들어갔재요

다들 분가하고 두 내외만 사는데 아줌마 성씨가 안씨래. 안순자씨.

 

집에 들어가니 연기가 자욱해요. 거실장 위에는 작은 촛불 두 개가 타고 있구요

잔치집 부침개 구을 때 연기가 많이 나니까 촛불을 대개 켜 두는데 초가 타면서 연기를 흡수한다네요

나는 아직도 그 원리를 모르지만 그렇데들 한다네

 

나는 뒤집 수미아짐마 옆에서 구웠는데 다른 사람은 다들 전구지막적을 꿉는데 나랑 수미 아짐마랑은

버섯전을 구웠세요. 느타리버섯 양념해서 부침가루 살짝 뿌려 버무려서는 계란물에 적셔 구워요

버섯 위에 붉은 고추 썬 것으로 수도 놓아야하고 뒤집어야하고 바쁩니다.

어지간히 끄트머리쯤 구워 가는데 구군의원 아지매가 와요. 수미 엄마 머리를 보더니

"아이 야이, 니는 머리 뒤통수에 새집도 아니구 소 마굿간을 지어놨냐.."합니다.

그 말이 얼마나 우습던지 적 굽다가 다들 큰 소리로 하하 웃었재요

수미아줌마는 작년 골안에 축사를 짓고 한우 농장을 시작했어요. 아저씨가 옛날에는 도로공사 보수반에

일하셨는데 하도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많이 안 좋아지셨세요. 얼굴은 살이 자꾸 빠지고 배는 나오고

그래서 그 아저씨 볼 때마다 안시러워요. 그런데 건강이 안 좋기 전부터 농사일은 전적으로 수미아짐마가

다 지었세요. 징글치는 참깨 북 돋우기, 나락농사에 배추, 들깨에 자잘구리한 채마밭까지. 거기다 소를 키우니 소똥 치우는 것, 사료주는 것 모두 아줌마가 다 해요.

갸늘갸늘한 몸에 살 붙을 날이 없어요. 처음 시집 왔을 때 본 아줌마랑 이 십년이 다 지난 지금이랑 몸이 맹 그대로래요. 아침에 눈뜨자마가 소 밥 주러 산맨데이 축사에 올라가서는 이것저것 치우고 내려오지요. 겨울 내도록 똥구루마 끌고 다녔다는 아줌마. 모자 뒷구멍으로 머리가 삐져 나와서 그게 뻘떡 일어서니 꼭 새집을 지은거 같지요. 그런데 대한이 엄마 말이 더 웃기지 모예요. 아무리 머리 뒤에 규모가 좀 큰 새집을 지어놨기로서니 소마구간을 지어놨냐하니

 

그라고 쌍둥이 아줌마는 코피가 잠깐 나서 한쪽 콧구멍을 휴지로 길다랗게 막고는 부침개를 굽고 있는데

들어는 아줌마마다 "야이 쌍둥아 니는 와 그래 한쪽 코를 막고 있냐?"하면 수미 아줌마가 "뚜두리 맞아서 그렇잖아" 하면 쌍둥이 아줌마가 "내가 왜 맞아  신랑한테 말라꼬 맞아" 하면 저어기 방에서 부침개 굽던 민석이 엄마가 "에이 형님도 맞는게 뭐 꼭 손으로 맞는거만 이야기 하나. 뭐로 맞는가가 중요하지"

그러자 쌍둥이 아줌마가 "그래 내 고구마로 맞았다 왜" 와하하하하하하.. 뭬야 그럼,고구마가 구워 먹는 그 고구마가 아닌겨?

 

여기저기에서 살구꽃같은 웃음을 쏟아냅니다.

혼주 아저씨가 들어도 못 들은 척, 어흠어흠 하는 사이 넙적넙적 막적은 막적대로 부쳐지고 이쁘고 뽀얀 버섯전은 그것대로 노르리하니 부쳐지고

 

잔치집의 한 나절은 이렇게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