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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공광규

황금횃대 2007. 3. 23. 16:24

아내

 

           공광규

 

 

 

아내를 들어 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두 마리 짐승이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고

또 한 마리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다

 

먹이를 구하다

지치고 병든 암사자를 업고

병원을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작가와사회 2004,가을>

 

 

 

좀 어지간히 괜찮은가 싶다가도 다시 시작이다.

지난 12일에 시작된 달거리가 도무지 멈추질 않는다

몸은 매일매일이 천근을 넘는다

아침에도 겨우 일어난다

보기에도 딱한가 고스방은 국을 뎁혀 놓고

아이들옷 다림질도 해 준다

 

요가를 가려다말고 옷을 갈아 입고는

영동에 약을 지으러 버스 타고 가는데

고스방이 전화가 왔다

모범운전자 일제점검이래서 영동가는데 영동에 볼일이 있으면 태워준다고

이미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쯤 왔다고 하니 곧 뒤따라 간다고 아무데서나 내리란다

노근리 내리막길 가기 전, 안화리 입구에서 내렸다.

길섶에 버스정류장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다섯개의 앉질의자를 나란히 붙여서 놓여있다.

영동특산품 곶감이 담긴 당새기 사진이  붙어있고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을 것 같은 버스시간표가 붙어있다.

 

오르락내리락 차들은 연락부절이다

한참을 고개 빼무고 차가 오는 방향을 살핀다

트럭이 지나가고 연이어 고스방의 차가 온다

-이왕 버스 탔는데 그거 타고 가면 되지 말라꼬 내리라해요-

-아, 그래도 내 혼자가느니 이렇게 못난이 태워 가면 좋잖여-

-갈거 같으면 버스 지나가기 전에 가야 손님을 태우지-

-아녀, 못난이랑 갈 때는 그냥 둘이만 타고 가는게 좋아 그래야 내가 편하게 이야기하지-

 

영동가는 우회도로로 접어 들어 한참을 가는데 뜬금없이

-내가 못난이 애쓰는거 다 알어, 그러니까 아프지만 말고 늙지도 말어. 나중에 나랑 여기저기 놀러도 다니고 그러자. 아이들 키워 놓으면 못난이하고 나 밖에 더 있냔말이지-

-아프고 늙고 하는게 내 맘대로 되야 말이지-

-맘대로 되는건 아니더래도 그래도 늙지마-

울컥한다. 금방 눈에는 찌질한 눈물이 고인다.

-아무리 그래도 안 늙고 안 아픈 방법은 없지...- 혼자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려 풍경을 바라본다

 

나는 이미 속 파먹은 푸대처럼

자주 바닥에 주저앉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