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 수능시험이 끝났다.
다른 엄마들은 시험치는 당사자보다 어마이가 더 떨려서 청심원을 두 알 내리 뽀개먹었다는 소리도 들리더만 나는 그냥 무덤덤히 딸을 수능장으로 걸려 보냈다.
수능장까지 차를 태워주며 고스방은 자기가 고교 시험 보던 때를 기억하고는 열심히 딸에게 안심빵을 먹이고 있다. 그 때말이야~~로 시작되는 옛날 옛날 이야기...
그 때 국립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시험치러 갈 때 나하고 성하하고 안화리 사는 애하고 서이서 갔지
우리가 원서 접수할 때 번호가 구백구십몇 번인가 그랬는데 원서 접수 시간이 마감 되기 얼마 전에 했거등. 그래서 구백�번이면 뭐 별로 응시생이 안 많겠다 싶어서 안심을 했는데 막상 시험치는 날 가보니까 이거 장난이 아녀. 황간중학교 촌구석에서 공부라고는 시험치면 그 전날 늦게까지 공부하는게 다였는데 시험친다고 왔는 애들이 우글우글하니 얼마나 주눅이 들던지. 여기저기에서 야, 임마 니는 공부 잘하니까 합격쯤 문제 없겠네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떠들아쌌지, 우리는 서이서 와서는 오금이 저려 덜덜 떨리는게 아모 생각이 안나더라구. 그래도 기지개 한 번 크게 키고는 한번 씨게(세게) 몸을 털어서 긴장을 털어냈지. 에이 씨발꺼 지나내나 공부한기 거서 거지(여기에 씨발꺼는 왜 나와 ㅡ.ㅡ;;)먼저 아는 것부터 써놓고 아리송한 거 차례대로 풀었지. 나중에 발표하는 날 학교 갔는데 성하가 31번이여 그래 내꺼는 여벌이고 우선 성하 그놈이 있나 보니까 떡하니 있어...그래서 두리번거리며 성하 찾아서 "야 임마 니 합격이다"했더니 성하는 내껄 봤나벼. 니도 합겼했네..하며 막 웃는 낯으로 다가 오는겨. 근데 안화리 그놈은 번호가 없어. 그 놈이 대번 풀이 죽어서는 "나, 고만 집에 갈란다"하면서 어깨가 축 처져 힘 빠진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데 그거참 잡지도 못하고 가라고 말도 못하고...그랬네.
그게 언제쩍 이야긴데 고스방은 자기 수험표 번호와 친구들 둘이꺼까지 외고 있네. 내가 그걸 다 외고 있어요? 했더니 그걸 죽을 때까지 기억하지 어떻게 잊냐고.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딸을 수험장에 들여다 보내고는 집으로 왔네.
저녁에 시험 끝나는 시간에 데리고 왔는데 팔팔하네. 지나간 일이야 이젠.
티비보면서 히히호호한다. 됐다.그럼.
나는 그 동안 바느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네.
딸이 공부한다고 뿌시럭거릴 동안 나도 잠자기 뭐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