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문따문 한가지씩 끼니때마다 반찬을 맹글어도 일 주일 정도 먹고 나면 밑반찬이며 열무김치같은 것은 동이 난다.
대가족 살림은 반찬 가지수에서 차이가 난다.
소규모 살림은 그저 일품요리나 찌개나 전골에 밑반찬 두어가지, 김치면 한 끼 식사로 거리낄게 없으나
우리처럼 노인과 중년, 아이들이 같이 사는 집에서는 각각 세대에 맞는 반찬이 필요하다.
거기다 아버니과 어머님은 치아상태가 틀려서 그 두분의 반찬도 따로 구색이 맞아야 한다.
없는 집구석에 이런저런걸 다 구색 맞출 수는 없고, 대충이라도 갖춰야 하는데 어제는 그야말로 임기응변으로 해대던
반찬 재료까지 똑 떨어졌다.
저녁 8시 반이 넘어서야 아이들과 같이 김천 하나로 마트로 갔다.
정신없이 카트에 기본 양념류와 반찬할 푸성귀를 주워 담고는 고스방은 해삼 한 봉다리를 넣는다.
요즘 부쩍 몸의 상태에 대해 신경을 쓴다. 피곤하겠지. 입술은 양 아래 위 입술이 모두 부르터서 그이 말로는 당나발이
되었다는데, 당나발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밥을 먹을 때 간이 입술에 데이면 따가와서 어쩔 줄을 모른다. 얌얌짭짭 씹어야 제 맛인 음식이 입술을 맞부딪힐 수가 없으니
맛도 모르겠다며 울상이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하루종일 그 모양으로 기를 꺾지 않고 내린다. 카트를 끌고 와 차 뒤에 싣고는 집으로 오는데
길을 직지사 방향으로 돌려 잡는다. 아하, 직지사 벚꽃이 환하게 피었다더니..
들어가는 입구부터 꽃은 만개하였고, 꽃 위로 비가 내린다.
주차장을 지나 식당들이 늘어선 상가를 지나고 공원 쪽으로 올라가는데 모텔 샤르망이 환하게 간판 불을 켜 놓았다.
나는 왠지 반가운 마음에 빗방울이 뛰어들어 오든 말든 창문을 열고 손가락으로 간판을 가르키며
"야~~ 모텔 샤르망이다~~"
죽은 할애비가 돌아 온 것처럼 반갑게 이야기하니까 고스방이 힐끔 뒷좌석 아이들을 돌아 보더니 내 머리를 쿡, 쥐어
박는다.
"아이, 머리는 왜 쥐어 박아요. 내가 머랬기에.."
모텔 샤르망 사연을 아이들은 도무지 알리 없건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꼬~~
그러고 보면 고스방 참말로 순진하이.
해삼 세 마리 썰어서 초장하고 갖다주니, 그 몇 안 되는 토막 나눠 먹을기 뭐 있다고...
못난이도 이거 먹어..한다.
기다려 고스방, 어데서 눈먼 돈 생기면 내가 해삼 많이 사줄팅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