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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것 같애

황금횃대 2008. 4. 29. 20:33

지난 주 화요일에 아버님 김천 병원에 입원해서 일주일하고 하루를 병원에서 살았는데

오늘 퇴원해서 집에 오니 살것 같애

아버님은 일주일쯤 병원에 있으면 어지간히 상태가 호전되어 집에 갈 줄 알았는데

의사가 아직 소변에 염증이 많이 나오니 좀 더 있으라고 하니까 오늘 아침에는 화를 막낸다

어이구..또 시작이시구낭.

멀쩡히 잘 들어가는 링거액을이 들어 가지 않는다고 신경질적으로 쳐다보며 링거호스를 뿍짝뿍짝

주물르고, 손등에 멍이 시커멓게 들은걸 내 보이면서 가시나들이(간호사) 바늘도 제대로 못 찔러서

사람을 여기저기 빵구를 내놨다고 이를 갈으신다. 어이구.

식사도 내도록 잘 하시다가 반찬도 엉망이고 밥도 맛도 없고...

결국 의사가 와서는 <너무 지루하시면 약물치료로 해 봅시다>하며 퇴원허가를 내렸다.

바로 계산하고는 마침 김천에 손님 태워주고 들른 고스방 차에 짐 실어서 퇴원해왔다.

이것저것 분류해서 넣고는 세탁기에 몽땅 집어 넣어놓고 밭으로 갔다

새로 심은 감나무가 싹이 나오나...감자싹은 났나, 심어 놓은 상추씨는 올라오나...

뉘엿뉘엿 해가 지는 골짝길을 걸어 밭으로 간다.

겨울 동안 음산하게 울어대던 까마귀들은 다 오데로 갔나.

산비탈에 벌써 다래순이 제법 컸다

조금만 낮았어도 낫으로 덤불을 끌어당겨 순을 뜯을건데 너무 높다. 그림의 떡이다.

밭에 쪼그리고 앉아 뽀요히 올라오는 상추를 보고는 예쁘게 웃어준다. 반갑다 야들아~~

사이사이에 풀들도 질세라 뽀요히 올라온다. 가지고 간 호맹이로 드륵드륵 땅을 긁어준다

비 한번만 더 맞으면 속잎까지 내놓아야지하고 벼르던 한삼덩굴 싹이 아이고 죽겠다며 뿌리를 드러낸다.

미안하지만 더 크기전에 너희들은 사라져야겠어.

너르디 너른 저 밭골에 무얼 심지.

손은 부지런히 흙을 긁어 풀을 갈아엎으면서도 또 한켠 머리로는 들깨모도 부어야지, 고추도 심어야지..

오이하고 가지는 몇 포기나 심어야하나..호박구디에 호박모도 넣어야하는데, 아참참, 고스방이 어데다 호박씨

담궈놨다고 건지라했는데 어이구 다 썩었겠다..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고 탁탁, 호미 끝이 흙을

일구며 밭을 맨다.

 

그러다가 털석 밭에 주저 앉아 무릎을 깍지끼고 하늘 한 번 쳐다보면

오~~매, 살.것.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