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병원에 계신다고 집에서는 고기반찬을 안 해먹었다
맨날 풀반찬에 총각김치, 비지장에 청국장...씨락국으로 연명을 한 모양이다
그 좋아하는 상추쌈도 고기가 없으니 먹을 정이 안 난다는 고스방.
아버님이 퇴원하시자 이제는 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양심이 되었나보다
광우병에 수입소에 걱정이 되는 판국에 이제부터라도 육식습관을 고쳐 어지간하면 채식을 하자는 나의 권유는 묵사발이 되고.
어제 저녁, 아버님 어머님 저녁을 먼저 드셨는데 밖에 있는 고스방은 그걸 모르니까 전화를 해서는 내가 지금 목살 사러 왔는데 얼마나 사갈까 하며 내게 물어본다. 그걸 물어보는 목소리는 신명이 둘러쳐졌다. 어이고 그 고기가 뭐간디 저렇게 목소리에 활력이 따라붙는단 말가.
먼저 저녁을 먹었다고 극구 안 먹겠다는 아버님 어머님께 고스방은 구운 고기를 접시에 덜어 쌈장을 곁들이고해서는
기어이 티비보는 거실로 가져간다.
목살을 너무 두껍게 썰어서 아버님은 한 점 입에 물고는 내도록 우물거리신다. 그걸 부엌에서 보고 있는 고스방 마음이 짠했던게지
아침 밥상을 차리는데 또 어제 저녁 목살을 구으란다. 아침에 뭔 목살구이여? 했더니, 그럼 한 번 먹고 마냐고 되묻는다.
대강의 반찬을 내놓고는 목살을 굽는데 고스방이 손수 고기 집게를 잡고는 고기를 내게 주며 이건 앞뒤로 칼질을 조근조근하게 내란다
아버지가 어제 잘 못드시던데 칼집을 내서 고기를 연하게 하면 드신다고.
접시를 달라고 해서 주면서 보니 고기를 얼마나 잘게 채썰듯이 가위질을 해놨던지...효자는 뭐인가 달러.
그걸 또 아버님 밥그릇 코앞에 갖다 놓고 상추도 작게 뜯어서 옆에다 갖다 놓고.
아침부터 부엌에 시끄럽도록 도마 두둘기는 소릴 내며 칼집 넣은 고기를 불판에 얹어 주며 내가 하는 말.
"내 늙으면 누가 이렇게 고기 칼집 내어 구워주겠노..에혀"
"내가 해 주지"
"아놔~ 어지가히 그렇게 해주겠다"
"이누무 여편네가 여태 살아보고도 몰라? 너는 나중에 고기 먹으며 눈물을 철철 흘릴거야"
"아니 고기 먹으며 왜 눈물을 흘려요?"
"왜긴 왜여, 그 때가서 고기 칼집 내어 구워 주면 지금 내가 하던말 생각나서 울지..히히"
이 시점에서는 그 말에 감동 받기보다는 방에 들어가 냉큼 종이와 볼펜을 가져와 각서를 쓰든동, 아님 녹음을 하던동 해야하는데..
그래야 똑똑허게 사는건데.
못난 나는 뭐...그냥
믿고 말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