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중 머리 버어지게(벗겨지게) 더워요
그러나 살곰살곰 하늘은 하루에 뼘가웃씩 높아져가요
앞 냇가 돌들 사이를 돌아가는 물살은 또 어떻고요
높아가는 하늘을 담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니 흐름에 용씀이 들어가서 다소 느려요
들판은 또 어떻구요
새벽 안개가 설 걷힌 골짝 다랭이 논을 지나가면
안개 속에 희미한 산자락과 모심어 한참 자랄 때는 모두 퍼렇기만 한 벼들이
이맘때쯤이면 한 나절 땡볕 더 받은 표시가 나요
그걸 뭐라고 말해야하나 미묘한 뉘앙스? ㅎㅎㅎ
딱 고만큼의 차이로 황금색 물감이 섞여 있어요
그걸 빌딩 속에서 상상해 내기란 쉽지 않죠 그러니 가을에는
떠나고 보는가봐요
추석이 지나고나면
왠지 생이 구수해져야 할 것같은 압박감.
꼬투리 속에 팥알도 붉은 기를 모으고, 견실한 열매를 위해
제 몸의 물기를 모조리 털어버리는 풀잎들을 보면서
나도 뭔가 열매 하나 만들기 위해 칠랄레팔랄레 살던 것들을 털어야할 것 같은.
그러나 모지란 여편네는
제 삶을 농축시킬 생각은 조금도 못하고
그저 돼지 등뼈나 오천원어치 사와서 불에 펄펄 고우며
시래기국이나 구시하게 끓여 먹을 궁리나 하는데
아이구, 그럼 어때? 포도일도 오늘 땡치고
콘티 박스까정 싸악 씻어 담배락에 물빠지라고 기대놓았는걸
내일은 기다리던 바람이나 쐬면서
가을바람난 횃대나 되어볼까
덕수궁 돌담 밑을 잠자리 눈알 굴리듯
눙깔을 데굴데굴 굴리며 사람 구경하며 지나가는 여편네를 발견하면
어깨 툭, 치며 반가와 해도 개않어
뭐 어때?
가을이잖아
뭔가 구수한 냄새가 흘러 나올 것 같은
가을이란 말이여.
조낸 멋있는 새벽 산골짝 사진을 핸드폰에 찍어 놓았는데
컴퓨터에 옮길 수가 없다네
어쩌것어
그저 내 글이나 읽고 그렇구나...허시는 수 밖에.
대신 다른 아지매가 찍은 사진이라도...빌려와설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