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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노래

황금횃대 2009. 3. 30. 22:39

1.

삼월 들어서며 블로그에 매일 글을 써보겠다고 물렁한 다짐을 하였다.

그러나 컴퓨터가 맛이 가고, 꼴란 이장일 본다고 어찌나 바쁘던지, 저녁이 되면 머리통 속이 왱왱 모기소리를 내며 복잡했다. 그러다보니 하루, 이틀 건너 뛰고, 사흘, 나흘 지절로 흘러갔다.

약속을 했으나 지키지 못했으니 여기 매일 드나드시는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2.

상민이는 이제 대학2년생이 되었다. 오늘은 가방을 챙겨 엠티를 떠났다. 술을 잘 못 먹으니 엠티가서 술 먹을 일이 젤로 고역이란다. 나는 서른다섯이 넘어서 소주를 배웠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아주 어려서 소주를 속에 털어 넣는다. 어제 아버지랑 시부모님 모시고 새막골 오리고기 집에가서 점심을 먹는데 소주 한 병을 시켜서 아버지 잔을 채워 드리고 나도 한 잔 따뤘다. 아버지와 내가 나란히 앉고, 고스방 어머님 아버님 순서로 즈그식구(?)끼리 나란히 앉았다. 아버지와 내 앞에는 소주잔이 놓이고, 시댁 식구들은 모두 음료수 잔을 놓았다. 사이다 한 병 시켜서 잔 세 개에 나눠 따뤘다. 서로 많이 잡수세요 이 말만 오고갈 뿐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하도 어색해서 내가 소주잔을 들어 몸을 돌려 한 잔 쭈욱 마셨다.  나는 이런게 싫다. 아무리 사돈지간이 어려운 사이라하나 아버지 혼자 이야기를 하시는데 도무지 호응이 없이 녜, 하고 대답만 하고 끝인 대화. 아버지가 계산하려고 일어서는 나를 기어이 붙잡아 계산을 못하게 하신다. 나를 붙잡고 있는 사이 고스방이 계산을 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식당 주인에게 봉투를 하나 받아서 돈을 넣어 아버님께 드린다. 제가 대접을 해 드려야하는데 죄송하다며. 아버님(사돈어른) 나중에 뭐 드시고 싶으신거 있으면 사 드시라고 기어이 드린다.

아버지는 우리 시아버님이 꼭 아버지 같단다. 그래서 명절 지나면 꼭 안부 전화를 하고 그러신다.

 

3.

저녁부터 비가 시작되었다.

봄비가 좀 푸짐하게 오면 좋은데 그렇들 못하다

매번 땅거죽을 조금 적실똥말똥 그렇게 내린다.

마늘잎이 올라올 때, 이럴 때 비가 푹 오면 마늘알도 실허게 생기고 잎사귀도 새파라니 좋다.

양지쪽 밭비얄에는 머위잎이 올라오고, 제비꽃 여인숙도 한 철 장사 준비에 바쁘다. 제비꽃 여인숙만 그럴까, 애기똥풀 방가로는 또 어떻고. 원추리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키를 키우고, 민들레화원은 봄꽃 화분으로 새단장을 하였다. 나는 또 돼지감자를 심기 위해 감자씨를 준비하고, 씨알 굵은 것으로는 장아찌를 담았다.

자나깨나 반찬 준비, 있는 반찬도 다시보자.

 

4.

고스방은 생전 안 보던 가요무대를 틀어 놓고 쇼파에서 코를 골며 신나게 잠이 들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 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받쳐 사랑한 그이름은 총각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내 십팔번 노래 총각선생님 노래가 나온다.

 

가마골 밭에 감나무를 심어 놓구선 고스방은 새벽에 한 차례 순방을 다녀온다.

나도 점심때 잠깐가서 쑥갓 씨를 넣고 상추를 심고 왔다.

밭고랑에는 파랗게 망초잎이 올라오고 보자기나물도 많이 폈다.

보자기 나물은 씀바귀처럼 생겼지만 색갈은 냉이색이다. 약각 붉은 빛을 띄고 있는데 삶으면 새파랗다.

표준말로 하니 보자기 나물이지만 여기 통용되는 이름은 바뿌재나물이다. 바뿌재가 경상도 말로 보자기란 말이다. 옛날 가위바위보 놀이 할 때 부른 노래 중에 이런 노래가 있었다.

 

"피리피리 피리뽕!

사리사리 사리뽕!

고구마밭에 바뿌제 바뿌제!

유리 항아리! "

 

피리뽕 할 때는 가위를 내고, 사리뽕 할 때는 주먹을, 바뿌제, 바뿌제 하면서 보를 두 번 연거퍼 내민다.

그리고 유리 항아리! 하면서 자기가 내고 싶은 것을 내면 된다. 참 오래된 놀이라 가물가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