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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운자씨.

황금횃대 2009. 4. 4. 20:05

1. 잠 안 와?  운자씨

 

새벽에 더듬거리는 손길을 느끼며 잠이 깼다.

아들놈이 늦게 오는지라 그놈 오는 거 기다렸다 잠이 들면 자정이 넘는 것은 다반사인데, 예전에는 그렇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모자란 잠을 보충하냐고 낮에 살짝살짝 낮잠을 잤다. 그런데 요새는 하도 일이 바빠서 낮잠을 잘 수 없으니 잠부족 상태가 계속되어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길 지경이다.

고스방은 열시쯤 쇼파에서 티비보며 잠들어 온 식구가 혼이 달아나도록 혼자 코를 골며 잠을 잔다. 어제밤은 하도 피곤해서 나도 방에 들어와서는 그냥 이부자리 깔구는 아들놈 오는 앞통수만 보고 뒤통수는 보지도 못한채 이불에 엎어져 잠이 들었다. 고스방은 자다가 세시쯤 일어나 화장실 가서 오줌누고 방에 들어왔는데 그 때 파딱, 잠이 깨인것이다. 마누래는 정신없이 골아떨어졌는데 혼자 말똥, 잠이 깨였으니 잠깐 심심해졌다. 불을 켤 수도 없는 노릇이라 깜깜한 밤에 있자니 손이 심심 거시기도 심심. 그래서 여편네를 찝적거려 깨우고는 <한 번 하자잉~~>하고 마누라 귀에 대고 속삭였는데, 이놈의 여편네는 잠이 깬게 내쳐 부애가 나서 죽을 판국이다. 사람이 잠이 들면 어느 정도 푸욱 잤다 싶게 넘어가는 고개가 있게마련인데 새벽 세 시 조금 넘은 시간은 잠의 절정이라, 도둑이 들어와 다 훔쳐가도 모른다는 시간이 두 시에서 세 시 사이아닌가. 그런 시간에 여편네 잠을 깨웠으니 이건 어떤 코멩멩 멘트로도 용서가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대뜸 신경질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짜증의 멘트를 날린다. "아이, 도대체 맻 신교?"

"몇 시나 마나 내가 잠이 안 온다 카이"

"잠 안 오면 가마히 천장이나 쳐다 보든지, 날이 언제 밝는가 창문이나 열심히 치다보지 왜 잠자는 사람을 깨우능교? 피곤해 죽겠구만"

엿가락처럼 늘어진 애교작전을 펴든 운자씨 고만 머쓱해졌다. 넘으 목 밑에 열심히 넣어 팔베개를 해 준 제 팔을 홱 빼나간다. 어찌나 빨리 빼가는지 목에 마찰열이 다 생긴다.

'아이, 더럽고 치사해서리, 누가 팔베개 해 주라켓나, 지가 좋아 그리해놓구선 뭔 유세라고 저렇게 팔을 확 빼간다냐?' 속으로 이리 생각만 하고는 나는 내대로 부애가 나서 씩씩거리다 도저히 누워서 삭힐 화가 아니라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서 화를 가라앉히느라 웅크리고 앉았다. 한참 만에 삐져서 돌아누운 운자씨 다시 내 쪽으로 돌아누우니 여편네가 껌껌한테 씩씩거리며 앉았는거라. 거기서 고스방이 화를 냈으면 첫 새벽이고 뭐고 한 따가리 해야지 하며 어금니를 옹실물고 있는데 고스방도 뒷태에 흐르는 살기등등한 냉기를 느꼈는지 잠옷 등때기를 꺼 땡기면서 됐으니 고만 자라..한다

 

참, 불편한 새벽이다. 어둠 속에서 핸드폰은 자랑스럽게 네 시! 하며 시간을 알려준다. 이런 덴장할. 네 시에 잠이 깨다니..

 

아모 말도 없이 누워서 숨만 쌕쌕 들이키고 내쉬고 있으니 이 분도 채 안되어 옆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코 고는 소리. 뭬야! 잠이 안 온다구라구라구라... 잠 안온다고 여태 칭얼거리더니 겨우 이 분도 안 되서.

 

어이구...큰일이다 큰일. 앞으로 서로의 기상시간은 점점 달라질거고  그 시달림을 어찌할고나....갑자기 생이 막막해진다.

 

 

2. 무조건 운자씨.

 

이틀 전부터 08바가지 포크레인 불러서 밭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08바가지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 많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 <네이년>검색 자료를 잠시 올려 본다

 

포크레인도 작은것부터 여러가지 있는데 모델명은 1200LC등 회사마다 모델이름은 다릅니다.

그리고 일반도로에서도 사용할수있는 타이어(바퀴)달린것도 있는데(무환궤도라합니다) 이것은 모델명에 W자가붙습니다. 휠이란뜻이겠죠.

그리고 50W이나 130W혹은 200W라고 쓴 타이어 포크레인을 길에서 종종 보셨을겁니다. 

50W은 공투(0.2)라하여 0.2루베짜리이구요 이것은 버켓(바가지)용량입니다.

 130W은 공오 즉  0.5루베,  200W은 공팔이라하여  0.8루베버켓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외 1200LC는 트랙포크레인이라하여 도로주행은 안되구요 1.0루베 버켓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1200LC포크레인으로 15톤 덤프차와 일할때 포크레인은 수북히 버켓으로 7~8회 실으면 한차가득 됩니다.(참고로.^ ^ )

 

우리 집에 온 포크레인은 200W가 왔다 그러니까 바퀴가 달린 놈이다. 황간에는 08짜리가 없어서 김천에서 그 아저씨가 장비를 직접 몰고 황간까지 왔다. 승용차로 김천-황간은 20분에서 30분정도 걸리는데 장비로 오면 한 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기사들은 휠장비는 모두 꺼려한단다.

이틀 동안 장비 대여료는 백이십만원, 장비도 큰 만큼 하루 쓰는 비용도 만만찮다. 그래도 돈 만큼 하는 작업량은 어마어마한다. 이틀 동안 만들어 놓은 밭에 오늘 감나무를 심으러 갔다.

물을 줘가며 심어야 하기 때문에 산날망에 물이 없어 경운기에 물을 한 통 받아서 가는데 경운기도 잘 할 줄 모르는 고스방, 경운기 대가리를 미리 대문쪽으로 향하게 돌려 놓고 물을 받아야 하는데 세워 놓은 그대로 수돗물 호수만 대고 물을 550리터나 받아놨으니. 시동생이 와보고는 기겁을 한다. 경우기를 겨우 뒤로 몰고 나오는데 우리의 운자씨 매우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간신히 뒤로 빠져나오는 경운기를 쳐다보고 있다.

 

감나무를 심자면 그 간격을 가로 세로 6미터, 4미터 간격으로 띄워서 심는데 그 간격을 못줄 처럼 만든다고 아침 준비하는 날 마당으로 불러서는 줄을 잡고 줄자로 간격을 표시하란다. 6미터 점마다는 노란끈을 묶고, 4미터 간격마다는 붉은 끈을 묶는데 내가 끈을 묶다가 움직여 1센티미터 정도 앞으로 가면 예의 그 눈을 희뜩번뜩 뜨며 난리를 치는 것이다. 내가 감나무 심는데 일이센티미터는 괘안아요 뭐..하니까 "너는 너는 항상 그 대충대충 하는게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육미터, 사미터 정확하게 해야 나무를 심어도 보기가 좋지...어쩌구저쩌구" 에이...당신 잘나고 정확해요. 다시 묶을께요.

 

감나무를 심으러 갔다. 노끈으로 만든 줄끝을 양쪽에 막대기를 묶어 너른 밭의 이쪽과 저쪽에 꽂아 두고는 간격을 뿌리는 페인트로 색칠을 하는데 아놔, 그것도 흙이 마사토가 되놔서 뿌리는 동시에 흙이 휙 날라가서 표시가 나지도 않는다. 그래 날보고 나무막대기를 끊어 오란다. 표시점마다 나무 작대기를 꽂아 둔다고. 나무 막대기를 열심히 주워다 꽂고 있는데 시동생이 오더니 말라꼬 그러고 있나한다.

나무 심는 간격에 표시를 해 둔다고  형님이 꽂아 두래요 하니, 그럴 필요 없어요, 심는 자리에 한 두삽 삽으로 떠내놓으면 되요. 아! 그렇게 간편하고 쉬운 방법이!!!

 

그러니 농사일도 머리 쓰는 사람하고 해야지 몸 쓰는 사람하고 하면 정말 심신이 고달프다.

 

처음 나무를 심어 갈 때는 간격을 어찌나 세심하게 지키는지...나중에 오후 네시가 넘어서니 모두들 지쳤다. 그러니까 줄을 갖다 대서 간격을 맞추는게 아니고 삽자루로 대충 여섯개 건너 뛰고, 옆으로는 네개 건너 뛰어서 심는다. 내가 줄로 해야지요..하니까 괘안아..그냥 이렇게 대충 심어 놓으면 돼.

삽자루로 건너 뛰어 가늠할 간격이라면 말라꼬 그 바쁜 아침에 간격줄 만든다고 사람 불러내고, 또 일 센치미터 밀맀다고 그 난리를 쳤는고..

 

나무 다 심어 놓고 고스방, 아침에 시작할 때는 저 너른 밭을 언제 담 심을꼬..했는데 일이 끝나고 나니 뿌듯한가보다. 땀에 젖은 난닝구 위에 윗옷을 걸치며 히죽 웃는다. 무조건 운자씨. 당신이 하는 일은 무조건 맞고, 무조건 괘안코, 무조건 잘 되고, 무조건...... 에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