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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황금횃대 2009. 8. 8. 14:39

1.

먹구름 오락가락하지만 태풍의 사정거리 밖이라 마른 바람이 불고 있다.

토요일이라고 산삼보다 더 관리를 필요로 하는 고삼 아들놈은 어젯 밤에 뭘 했는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나는 녀석을 깨우느라 아이들 방에 들락거리다가 칙촉이라는 과자 한 통을 엉겹결에 다 먹고 그러고도 모자라 록떼쌘드에

또 손가락을 살곰살곰 옮기는 중이다. 과자값이 많이 올라서 과자 한 번 사먹으려면 작심을 크게하고 심호흡도 크게 해야한다

과자를 좋아하는 나같은 부류에게 환율 상승은 치명적이다. 딸년은 내게 오븐을 하나 사서 직접 구워 먹는게 어떠냐고 회유를 하고 있지만 오븐 사 놨다가 귀찮아서 안 해먹으면 결국 그것도 내 손해다. 기실 오븐이 있으면 허구헌날 좋아하는 빵 만들고 과자 만든다고 전기세가 왕창 오를게 분명하고, 또 늘어나는 체중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까와서 먹고, 맛있어서 먹고, 이러다 보면 정말이지 나는 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1톤쯤 되는 내 살들을 질질 끌며 살아야 할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오븐 사기를 주저하고 있다. 가끔씩 전자제품 매장에가면 광파오븐렌지라며 이름도 화투패 오광을 좔라르리 깔아놓은 것처럼 빛나는 명패를 달고 날 사가십쇼~ 하며 반짝반짝한 외관을 뽐내는 것들이 나를 유혹한다. 나는 괜히 그것들의 몸을 어루만지고 문짝을 열어 아~~하고 날 쳐다보는 그것들의 입 안을 들여다보며 뭐 쫌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지만 개뿔 나는 오븐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이렇게 쓰는 와중에도 책상 유리 위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로 손가락으로 알뜰히 긁어 모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이런 나를 딸년은 더럽다고 지청구를 해대지만 뭐, 걸레로 어제 책상 위를 닦지 않았던가 ㅋㅋㅋ)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칙촉과 록떼쌘드는 냉동실에 하루 얼렸다가 먹으면 더 맛있다. 박력분 밀가루가 얼렸다가 입 안에서 파쇄되는 느낌이 상온에 두었을 때와는 미묘한 차이가 간다. 공돈 생기는 날 과자를 사서 그렇게 드셔보시라.

 

2.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가서 샀다는 로트링펜이 어제 다른 색 펜 여덟자루와 함께 자그마한 옥스포드지 핉통에 담겨져 책 한 권과 같이 소포로 왔다.  면사무소 이장 회의 간다고 삽작을 나서는데 누런 봉투가 우편함에 들어 있어 꺼내보니 소포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봉투를 열어보니 펜 10종세트와 뱍재동 화백의 책 <인생만화>들어 있다. 내가 보고 싶어했던 책이다. 그림과 짧막한 글들, 생활 속 글쓰기. 이장 회의 끝나고 천하식당에서 삼겹살 점심 먹고는 다른 사람들은 소주 마시는데 나는 비릉빡에 기대 앉아서 책을 읽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눈물이 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웃음이 났다. 이 책도 공돈 생기는 날 사 보시라. 느므느므 좋다.

로트링펜은 내가 원한 그 펜이 아니다. 나는 제도용 (잉크를 카트리지로 갈아 넣는) 펜을 원했는데 그게 아니고 그냥 프러스펜 같은 것이다. 이런..이건 그림을 그리면 잉크가 종이에 미세하게 퍼진다. 필기감이 좋아 쉽게 쓰어지긴 하지만. 둘도사님은 내가 젤리펜이나 마하펜을 몰라서 저누무 펜만 노래를 부른다고 하지만 아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보면 그 선명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펜심이 종이와 마찰하는 장력이 틀리다. ( 장력이란 표현이 맞나?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