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철둑비얄에 동네사람들 부역으로 심은 구절초 앞에서>
애인이여,
그대 보이시는가
내가 여름의 골짜기를 어떻게 건너왔는지.
가을꽃은 피어 흐드러졌는데
나는 낡을대로 낡아져.
애인이여
그대 눈치채셨는가
그대가 길을 걷다가 색이 고와 사왔다며 건네준 바지가
저토록 빛이 바랜, 세월이 지나갔다네
애인이여,
세월이 어디 바지 색만 바래게 하든가
씨실도 날실도
몸도
사랑도
웃음도
품었던 꿈마져도 낡거늘.
애인이여
외롭다 하였는가.
그녀르꺼 사는 형편은
가을꽃처럼 화들짝, 한 번 피지도 않았는데
돌아 딛인 발자욱마다 눈물이라
애인이여.
슬퍼마라
모두 지나 가는 중이란다.
힘내그라
그리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