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어머님은 소고기 좀 끓여먹자 하셔서
칼판에 가서 소고기를 끊어 와 쇠고기국을 끓이고
고스방은 오징어국 노래를 불러 싸서
따로 오징어국을 끓이고
나는,
어제 낮에 먹고 남은 콩나물밥 누른밥을, 아침에 먹고 남은 감자국에 김치 넣어 갱시기죽을 끓이고.
겉으로 보면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었구나..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원더풀 하이타이로 부글부글 끓는 것이 있다.
그걸 삭히느라 나는 차가운 방바닥에 배깔고 누워서
흔한 풀, 질경이를 그린다.
질경이를 그리고 감이 담긴 당새기 그림을 한 장 더 그리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청주 공주님이 청송 사과를 한 상자 보내왔다.
상자를 받아 들자 환한 사과향이 확, 안겨온다.
청송 주왕산을 츠자적에 몇 번 다녀왔지.
그 때 나는 웬 놈한테 빠져서 정신없이 허우적 거릴 때였는데
진작에도 알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니 나는 그 때 왜 그리 앞뒤 대중도 없이 어리석었는지..
그래도 지금 그걸 상처로 생각 안 하고 피식 웃는다.
그 놈은 참말로 매꼬롬하게 자알 생겼고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불렀다.
그 때 내 인생은,잘 생긴 유전자와 노래 잘 부르는 것에 목마른 영혼이였나부다
그러니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지.ㅎㅎㅎㅎ
고구마 서너 콘티를 마루에 퉁가리를 만들어 갖다 옮기고, 감자도 박스에 담아서 갖다 얹고..
콩도 자루에 담고.... 이러면서 하루해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