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밭에 봄마음
김영랑
구비진 돌담을 돌아서 돌아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은실을 즈르르 몰아서
꿈밭에 봄마음 가고가고 또 간다
철둑 비얄 한삼덩쿨은 새싹을 내기 시작했다. 한 덩어리씩 떨어진 씨앗주머니가 한 웅큼의 새싹을 밀어낸다. 봄인디 봄! 그래서 어쩌라구? 하고 반문할 여지도 없이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감자감자뽕. 한삼덩쿨만 그런게 아니구 꽃다지도 냉이도 벌금다지도 붉은 잎을 지우고 푸른 잎을 내놓는다. 메주를 꺼내서 푸른 곰팡이를 씻어 내고, 비 그친 후 말날을 잡아 장을 담아야지, 물 한 말에 소금 서되는 잡아야지 장이 맛있단다. 어머님의 훈수는 이십년이 지나도 레파토리가 변하지 않고, 장꽝을 씻고 마른 행주로 닦아내는 내 손마디는 해마다 굵기가 달라진다. 그게 재산이지, 마디마디에 관절염의 징후가 나타나고, 얄쌍하게 들어가던 결혼 반지는 이미 내던진지 오래다. 어젯밤 서방은 약지에 끼고 있던 가락지를 빼서 날보고 얹어 놓으라고 한다. 그도 손마디가 총각 때와는 달라 제일 가는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다니면서도 나처럼 빼던지지는 않는다. 딱 맞지 않아 자주 흘러 버리는 가락지를 빼놓고 다니라해도 그러면 여편네들이 총각인줄 알고 대시를 해서 안 된다나? 푸헐..왠 대쉬씩이나..나이 오십줄을 흔쾌히 넘겨 버린 그 외모를 보고 여편네들이? 아놔~~ 그러나 제 믿음을 누가 깨뜨리겠는가.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여편네야 니도 마음 놓지 마!" 나는 고만 쓰러집니다 쓰러집니다..기가 차서 쓰러집니다.
오늘 서울 통인동 작은 골목에 있는 길담서원에서는 서원2주년 행사가 있다. 거길 갈려면 촌구석에서 지금 부지리 준비를 해야하는데 여기 늘어져 자판을 두드리고 있네. 내일이 보름이라 보름장도 봐야하는데 말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