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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황금횃대 2010. 4. 16. 20:53

1.부역

 

 앞들은 수리조합에 들어있다. 해마다 농사 시작하기 전, 수로 청소를 한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어서 고스방이 돌아 누우며 이야기한다. 내일 앞 논 수리조합 부역있다고. 부역.

요즘 아이들에게 부역이라하면 알아 들을까. 갈쿠리 가지고 나갔다가 흙이 얼마나 많이 쌓였던지 다시 삽을 들고 나갔다. 수로의 시멘트가 깨져서 흙과 돌이 범벅이다. 년초에 농촌기반공사 사무실 들러 눈(깔)이 있으면 현장 나와서 수로 상태가 어떤지 보라고 이야기했는데 <돈없다는>핑게 뿐이다. 숨쉬는 것부터 세금 붙여 떼가는 그 돈들은 다 어쩌고...(이제 촌사람들도 다 안다. 가마히 놔두면 저절로 사는 사대강 살린다고 지금 상황이 이렇게 돌아간다는 것을. 사대강 살리긴지 조진지 때문에 수로가 썩어 들어가는데도 속수무책이라고.) 그렇게 다 알면 이번 선거 때는 확실하게 찍으실라나.

 

부역을 하며 수 백미터의 농로를 걷는다. 그렇게 춥고 더디 오는 봄길이여도 논둑가에 쑥들은 포실포실 살이 찌고 애기똥풀에 노란 냉이꽃은 지천으로 흔들린다. 버들개지가 연두빛을 머금고 물 고인 불미나리꽝에는 살찐 미나리가 야들야들 올라온다. 저걸 뜯어다 생채를 해서 된장에 비벼 먹어야지.

기반공사 사람들은 농민들에게 한 소리 들을게 지겨워서 새벽녁에 다녀갔단다. 젠장 사람을 만내고 가야지 그래야 사정이 어떤지 알지, 하기사 그들인들 모르겠는가, 윗대가리들이 돈줄을 틀어 쥐었으니 아무 말 못하는것이재.

 

 

2. 사슴벌레

 

 짚 쌓아 썩은 거름자리에 고구마 순을 놓겠다고 땅을 파 디비니 굵다란 굼벵이들이 바글바글하다. 동네수퍼에서 파는 바나나킥 과자보다 2배는 더 굵고 크다. 삽질을 하다가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나니 시동생이 볼우물에 웃음을 담으며 얘기해준다. 그거 사슴벌레 애벌레라요

사슴벌레는 거름자리 속에서 윤기가 좌르르르 흐른다. 저 속에서 뭘 먹기에 저렇게 통통하니 살이 쪄서 한 눈에 봐도 부티가 줄줄 흐르는가. 애벌레 한 마리에 만원씩 한다고 시동생은 날라르미 한 곳에다 몰아 넣고는 다시 흙을 덮어준다. 또 다른 부업거리가 될 것인가? ㅎㅎㅎ

 

3. 도라지

 

진남이네 형님 집에서 사들인 자두밭은 진틀이다. 일년 내도록 밭 흙은 포슬포슬 할 때가 잘 없다. 옛날에 논이였던 것을 밭으로 만들어 평생 밭살이 질척인다. 감나무 심고는 깊이 물길을 내어놓았는데도 제대로 배수가 잘 안된다. 구석 쪽에 제작년 도라지씨를 부었는데 제대로 자라지도 않고 썩기만 한다. 삽으로 푹푹 파서 애기 도라지를 캐내서 모종을 하기로 했다. 제사가 많은 집구석이라 어지간히 심어도 많다 소리 할 수가 없다.

도라지 꽃이 보라색이라 햇순 올라 오는 것도 끝이 맑은 보라색이다. 그 유전인자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밭 둑가에 머위도 캐다심었다. 어찌된 심판인지 오늘은  붉은코팅 장갑을 벗을 여개가 없다.

 

4.저녁 무렵

 

일곱마지기 논에 짚을 묶어냈다. 사람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장비가 들어와서 했다. 촌에 살았어도 짚 묶는 기계는 첨봤다. 낫들고 따라 댕기면서 미처 기계가 끌어 가지 못한 짚을 주워다 많은 곳으로 갖다 놓는다. 기계는  덜커덕덜커덕 거리며 짚을 끌어 담아 압축해서 네모뭉텡이를 만들어 낸다. 논에  직사각형 짚단이 군데군데 놓였다. 블록처럼 생긴 짚단을 깔고 앉아 내가 생각해 낸건 뭐게.

 

블록짚단을 컴퓨터 용어로 표현하면 <짚.zip 파일> !!  자,자, <짚.zip>파일은 어디서 압축을 풀어야하나..까짓꺼 고민할 필요 없다. 낫으로 비닐 끈만 잘라주면 좌르르 아코디언처럼 풀리는 짚단. 이런 생각이나 하는 나

 

 

하루종일

티검불 끌어 안고 헉,헉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