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돌리고 해도 돌리시는 사랑이/정현종
한 처녀가 자기의 눈 속에서
나를 내다본다
나는 남자와
풍경 사이에서 깜박거린다
남자일 때 나는
말발굽 소리를 내고
풍경일 때 나는
다만 한 그루 나무와 같다
달도 돌리고 해도 돌리시는 사랑이
우리 눈동자도 돌리시느니
한 남자가 자기의 눈 속에서
처녀를 내다본다
뒷고샅에 태수할아버지가 어제 새벽,세상을 버리시었다. 못냄이 고모는 괴팍하기 그지 없는 영감의 고함소리에서 새벽녁 달구새끼 울음보다 먼저 해방의 함성을 질렀으리라 생각했는데 늦은 밤 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모의 눈이 붉다,눈만 붉은게 아니라 콧등 위에 생긴 뽀드락지까지 슬픔에 젖어 빨갛게 부어 올랐다.
이 뭐냐?
살아서는 그렇게 영감이 못살게 굴어서 저누무 영감 죽지도 않는다며 어느 날 눈자위가 퍼렇게 멍들어서 우리집에 와 시엄니를 붙들고 하소연을 했다. 이 뭐냐 사람의 살이란...
달도 돌리고 해도 돌리시는 저 징한 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