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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마산리 경로당 신축

황금횃대 2010. 7. 28. 21:19

드디어 동네 회관 신축 시공업자가 선정이되었다. 어제부터 옛날 인구 아자씨가 월남가서 돈 벌어와 천년만년 홀어머니와 살거라고 만든 집을 헐기 시작했다.

인구아저씨, 인구어무이는 벌써 돌아가시고 없지. 막내 인동씨가 그 집을 세놓고 청주로 갔는데 회관부지로 매입을 한다니까 별로 까다롭게 가격 흥정을 하지 않고 흔쾌히 계약을 해 주었다. 하마산리 사람들은 상마산리는 회관 부지를 두 번이나 구매하냐고 싫은 내색을 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람의 일이란 알뜰히 산다고 다짐을 해도 이런저런 사유로 빵꾸가 나는걸.

 

오래 된 집을 한 없이 덥고 더운날, 포크레인이 와서 타공을 하고 부순다. 종일 먼지 난다고 호수에 물 꽂아 물을 뿌렸는데, 벌써 이런저런 일들이 생긴다. 삽질은 아직 한 번도 안 했는데. 포도밭에서 약치고 한 시쯤 와서 씻는데 수미엄마가 우리집 목욕탕 문 앞까지 와서 이장을 찾는다. "이장, 회관에 불이 안들어와. 냉장고에 넣어 놨는거 다 녹것어!"한다. 대충 씻고 한전에 연락을 해서 수리를 부탁하고 점심을 먹는데 또 전화가 왔다. 포크레인이 상수도 파이프를 걷어 땡겨서 그거 수리 할라믄 잠깐 동네 들어가는 물줄기를 틀어막아야 겠다고. 그러라고 하고는 면사무소가서 착공 서류를 한다. 설계도면, 내역서, 계약서와 마을회의록을 만든다. 동네 사람들 회의 참석 여부를 가려 도장을 찍고 간인을 찍는다. 시공업자와 계약을 하는데 내가 날인과 간인 찍는걸 보고는 [이장님 도장 마이 찍어 본 솜씨신데요...]한다. 여자 이장이라서 서류에 더듬한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으쓱해서는 또 잘난 체를 했다. [나 이장 안 허면 어데 대서방 하나 채리도 되긋어요.]

 

업자에게 귓말로 수박 한 덩이 사와서 동네 사람 입막음을 하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 중에는 말싸움이 나기 쉽다. 공사 현장 뒷집과 앞집은 최대 피해자다.

담 허무는데 우리집 호박 넝쿨은 털끝 하나 건딜지 말고 포크레인 작업을 하라고 한다. 촌 사람들에게는 호박 덤불도 중요하다. 사람을 설득하는 일, 그거 참..

 

오늘은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건축폐기물을 압사바리(덤프트럭)에 실어냈다. 넉넉하게 생긴 폐기물전문 처리 업자는 생각보다 폐기물이 많다고 울상이다. 덤프차 하루 더 쓰는데 비용이 많이 나오지..처음 계약할 때 업자는 폐기물이 스무 트럭이상 나온다고 얘기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열 트럭 이상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맞서서 처리 비용 백만원을 깎았다. ㅎㅎ

 

백만원을 깎기고도 업자는 상수도 시설이며 하수도 시설에 대해서 나름껏 조언을 해준다. 여자 이장이라서 이런거 잘 모르고 그냥 하믄 어쩌나 싶어서 이것저것 제 일인냥 걱정을 해 준다.  나는 아주 명심하겠다는 듯 열심히 듣고 건축 시공업자와 통화를 한다.

건축에 관한한 너무 나불나불 간섭하면 오기가 나서 잘 안 해줄거고, 너무 무심하게 맡겨 놓아도 살살 눈치를 보며 응근슬쩍 뭘 빼먹을것 같다. 실제 안 그렇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믿음의 크기가 거기까지 밖에 자라지 못한 것은 그 동안 건축업자들이 오사마리를 제대로 안 해준 영향도 있다.

 

이제 일은 시작되었고 하루 쯤 어딜 갔다와야지..하고 작정한 휴가도 유야무야 없어지게 생겼다. 은근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