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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황금횃대 2011. 1. 2. 23:07

 

 

 

^.^ 엄마 내가 사진내리라했잖아.ㅋㅋㅋㅋㅋ 이걸로해ㅋㅋㅋ  꽃보다 고싱킹.jpg

 

 

 

상민이는 옷가방을 꾸려 대구 외갓집으로 갔다. 거기서 알바자릴 구해서 일을 해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다. 양력 그믐날 밤에 고스방과 나는 생활비 때문에 잠깐 다투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포도주 한 잔씩에 다툰 마음을 풀었지만 돈,돈, 하는 소릴 듣고 상민이가 그렇게 서둘러 집을 떠났나싶어 마음이 짠하다. 아침 열시 오십구분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다. 황간역까지 둘이서 같이 갔다. 상민이 운동화가 든 쇼핑백은 내가 들고 캐리어와 가방은 상민이가 들고 갔다. 바람이 생각보다 차다. 일을 안 해봤을 때는 그냥 아무 걱정이 없었는데 작년에 식당 알바를 한 번 해봐서 이렇게 일하러 가는 길이 무섭다고 한다. 무섭다고 하면서도 세상 속으로 뛰어 들어가 부딪치려는 딸이 대견하다.

 

딸을 보내고 역을 빠져 나오니 고스방 차가 손님을 태우고 역전에서 내려가다 나를 봤다. 뭐하러 나왔냐고 묻는다. 딸래미 대구 보내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하자 벌써갔냐고 서운한 눈빛이 역력하다. 마주치면 매양 고운 소리는 한 소절도 못하고 허리 밟아라, 어깨 주물러라, 물 떠온나, 리모컨 찾아라, 배 깎아와라, 사과 씻어와라 주문송만 열심히 부르더니, 점심 먹으러 와선 방에 큰 덩치로 딩굴렁띵굴렁 하던게 안 보이니 서운하네..한다. 벌써 서운하단 소릴 두 번이나 한다. 그런거다. 있을 땐 부대끼는데 없으면 그 자리가 축구장만큼 넓어 보인다.

 

늦게 일 마치고 들어오면서 고스방은 쿠앤쿠 아이스크림을 한 통 사왔다. 잔돈 바꾸러 들어가서 일,이천원짜리 사고 나머진 잔돈을 받아 보충할 생각이였는데 막상 보니 아이스크림이 눈에 들어오더란다. 딸이 있을 땐 그거 먹고 딸래미 살이 더 찔까바 여태 사오질 않았다. 보리껍데기 아들 먹일양으로 큰 통으로 한 통 사와선 앞에 내려놓구선 하는 말이,

"상민이 더 뚱뚱해질까바 안 사왔었는데  그래도 가스나 없는데 먹을려니 죄스럽네"

아이스크림 한 숟갈도 딸 없을 때 먹으려니 죄스럽다는 에비, 무에 그리 죄스러울까나.

울컥 목젖이 뜨겁고 눈시울이 와글거린다.

 

식구란 그런것이다. 물 한 모금도 목에 걸리고 심정에 멕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