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군대 간다고 맨날 맛있는걸 만들어 달라는 아들놈의 간청을 들어 주기로 했다. 비빔밥.
꽃샘 가계가서 오카리나 연습 좀 하고 명신상회가서 콩나물 외상으로 이천원어치 사서 봉다리를 들고
얼음길을 들고 뛰었다. 아랫마산리 사는 최하식씨가 다 저녁에 어디 가는지 맞은편 도로를 걸어 오며 날 보고 아는체 한다. "이 저녁에 어디 가시게요?"하고 나는 좀 쨍쨍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김천 좀 가려구요"
본명은 최하석인데 동네사람들이 석을 식으로 발음을 하여 하식이아저씨라한다. 혼자 사신다. 장애가 좀 있지만 그래도 밝은 웃음이 늘 떠나지 않는 아저씨다. 어쩌다 면에서 나오는 물품을 전하러 가면 참 고맙게 받는다. 그런걸 갖다 주면 응당 줄거라고 받는걸 당연시하며 좀 거시기 하게 받는 사람도 있다.
집에 들어와 퍼뜩 목도리 풀어 놓고 부엌으로 간다. 앉을 여가도 없다. 벌써 네시가 넘어가고 있다. 차조 한오큼 넣고 밥을 앉힌다. 압력밥솥 그거 참 잘 나왔다. 전기 압력 밥솥은 더더욱 기똥찬 물건이다. 밥 스위치 넣고는 콩나물을 들어 부어 씻는 동안 어젯밤 삶아 놓은 고사리를 볶을 준비를 한다. 마늘을 찧고 간장에 소금, 기름병 뚜껑들이 일사천리로 열린다. 고사리 데작데작 볶일동안 콩나물을 퍼뜩 씻어서 앉힌다. 굵은 소금 넣고 마늘 넣어서 센불에 올려 놓으니 금방 김이 실실 올라온다. 동안 볶아진 고사리를 타파에 담아 놓고 식히는 동안 넓은 팬에다 물을 얹어 끓을 동안 시금치를 대가리 칼로 썩썩 끊어 내고 물에 씻어서는 데쳐낸다. 농사지은 무는 이 추위에 다 얼었고 오늘 오전에 어머님 약타러 김천 병원 갔다 오면서 무 하나를 사온다. 대가리는 푸릇하고 꽁지는 희디 힌 제주 무가 물을 잔뜩 머금은 듯 싱싱하다. 칼로 껍데기 씨~익 벗겨 내고는 물로 헹군동 만동 수도꼭지에 몸띵이 한 번 디밀어 주고는 세 동가리로 잘라서 딱 눕혀 놓고는 얇게 채썬다. 무 나물 채는 너무 가늘어도 안 되고 너무 굵어도 장작개비처럼 모양새가 좋지 않다. 딱, 알맞은 굵기는 이십여년 밥순이로 살면 저절로 터득이 된다. 무 나물에 마늘과 생강을 같이 찧어서 들기름과 소금으로 무쳐서 복아 내면 그 투명한 무우살이 낭창낭창 익어 손으로 몇 오래기 집어 먹지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다.
그렇게 나물 무치고 볶는 사이 밥솥이 김 뽑아 내는 소릴 치이익~~낸다. 알았어, 알았어, 조금만 더 뜸 좀 들이라구..나는 뒤통수에서 밥 다됐다고 얘기하는 밥솥에다 이렇게 이야기 한다.
시금치 무친 냄비에 물을 얹어 청포묵을 데쳐낸다. 몰랑몰랑하게 데쳐진 청포묵을 가늘게 채썰고 후라이판 얹어 계란 후라이 준비를 한다. 한가지가 끝나면 또 한 가지, 내가 생각해도 이럴 땐 일에 가속이 붙어 참 잘 한다 ㅋㅋ
자, 이제 비빔용 스뎅 양푼이에 갖가지 나물을 골고루 담고 청포묵을 살짝 얹은 다음 김을 부셔 넣는다. 그리고는 계란 후라이 하나씩 척,척 얹어 주면 되지. 고슬고슬한 밥은 따로 떠서 낸다.
어제 짠 참기름 넉넉하게 주루룩 부어 주면 ...
자, 아들놈아 니 소원을 들어 줬으니 너는 이제 설거지를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