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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황금횃대 2011. 4. 1. 16:31

 

 

이등병으로 꼬물꼬물 태어나려고 훈련받은 고병조..ㅋ

 

 

딸과 같이 포도밭 거름을 하였다. 포대 거름을 사서하는데 그걸 밭둑가에서 골골이 옮겨 삽으로 나눠주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대개 이런 일은 남자들이 하는데 우리집 보리껍데기 남자 하나는 군대에 가고, 또 하나는 다른 업종에 종사하느라 이런 일은 거들려고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딸을 아들로 만들어(튼튼하게 잘 키워서 ㅎㅎ) 거름 일꾼으로 쓴다. 딸은 그 힘든 일을 [단지 엄마도 힘드니까] 라는 이유로 똥냄새를 껴안고 일을 한다. 둘이서 중국집에 흙장홧발로 들어가니, 바닥이 얼굴이 비칠 듯한 맨질맨질한 타일 보기에 민망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똥냄새 실실 풍겨도 손님은 손님! 둘이 퍼대지고 방에 앉아 탕슉과 짜장, 짬뽕을 시킨다. 주문을 받아 가는 여릿여릿한 학생같은 츠자가 쳐다본다. 도대체 여자 둘이서 그 많은 것을 다 먹을 것인가..하는 얼굴 표정이다.

 

탕슉이 나오기 전에 튀김만두가 나왔다. 삼각형으로 접혀져 만들어진 만두는 노릿노릿 어찌나 이쁘게 튀겨졌는지 허겁지겁 삼각보자기를 씹어 먹으며 딸과 나는 행복했다. 연이어 탕슉이 나오고, 꼬들꼬들 바삭하게 튀겨진 그것을 볼그레한 소스에 찍어먹는다. 천상의 맛이다.  다시 밭으로 와서 나머지 부분을 마무리하고 거름 푸대를 주워서 똘똘 말아 묶어서 노란 외발 구르마에 싣고 온다. 그 부피가 구르마 크기의 두배나 된다. 딸래미가 "엄마, 대륙의 사람들..이라는 사진 인터넷에 올라온거 봤지. 엄마 구르마 보니까 그 사진들 생각 나. 엄마도 대륙에 가서 이 구르마 끌고 다니면 먹힐 것 같아 ㅋㅋㅋ" 몸은 힘들어서 죽것는데 그 사진들이 생각나서 둘이는 미친 듯이 웃었다.

 

딸은 오토바이를 타고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나는 구르마를 끌고 하천변을 걸어 온다. 터덜터덜 고무 장화 뒷축이 땅바닥에 부딪는 소릴 듣는다. 그렇게 고단한 모녀의 등때기 뒤로는 붉은 태양이 제 외투자락을 산 우에 길게 늘어 놓으며 황홀한 배경을 준비하고 있다. 그 빛을 받으며 물새는 저무는 하늘을 가르며 날고.

 

물은 흐르고

나무는 흔들리고

바람은 불고

땅에선 무엇이든 꼬물꼬물 태어나려..

 

애쓰는 봄날. 날들....